누구에게나 있는 비밀을 누구에게만 털어놓는다는 것

크리스마스 파티 게임 추천: 시크릿 산타

by 시골학교 선샌님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2개의 파티를 준비했다. 화요일에는 3~6학년 회장, 부회장들을 모아 자치회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다. 마지막 회의도 했고, 하리보 랜덤퀴즈쇼도 했다. 퀴즈를 맞히면 랜덤으로 하리보를 가져가는 것이다. 오기 싫다던 6학년 친구까지도 열성적으로 손을 들고 참가했다. 파티를 열기 직전까지도 할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하길 잘한 것 같다. 아이들은 별 거 안 해도 옹기종기 모여 놀고 맛있는 걸 먹는 걸 참 좋아한다. 물론 나도 그렇다.


수요일,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우리 반 아이들과 파티를 했다. 파티 이름은 시크릿 산타이다. 파티 방법은 이렇다! 먼저 3000원 이하로 선물을 준비해 포장한다. 그리고 각자 비밀을 쪽지에 적는다. 쪽지를 섞어 한 개씩 공개하면 비밀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토론하고 투표한다. 비밀의 주인공이 최다득표를 얻지 않고 성공적으로 비밀을 숨기면 그 친구는 선물을 고를 기회를 가진다.


이 파티를 설명하자마자, 애들의 반응이 미심쩍었다.


“에이~우리 사이에 비밀이 어딨 어?”

“비밀?… 진짜 없는데…”

“우린 심지어 유치원도 같이 나왔는데?”


그래도 누구나 가족한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지 않는가? 정말 어렸을 때도 괜찮으니, 숨기고 싶은 민망한 일도 괜찮으니 솔직하게 적어달라고 했다. 그래도 너무 쉬울 것 같다는 반응에 나도 참여하겠다고 했다. 가끔 수업을 도와주러 오시는 도우미 선생님까지도 이 게임에 참가하시겠다고 했다. 2명의 선생님도 참여한다니 아이들이 이 파티를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난 3가지 비밀을 적었다.

“반찬가게 백김치를 손으로 찢어먹다 아주머니께 걸린 적이 있다.”

“어렸을 때 메뚜기 튀김을 종종 먹었다.”

“승부욕이 세서 8살까지도 게임에 지면 울었다.”


도우미 선생님께서는 오빠와 걷다 무밭에서 몰래 무를 뽑아 깨물어 먹은 일, 친구 집의 침대가 신기하고 푹신해 보여 뛰어올라가다 바지의 흙이 떨어져 미안했던 일 등을 써주셨다.


그렇게 모두의 비밀 쪽지가 준비됐다. 파티가 시작됐다! 누구의 비밀인지 다 맞추면 어떡할까 걱정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우린 비밀의 주인을 단 한 번도 맞추지 못했다.


우리 반에 무뚝뚝한 남자애가 있는데, 사실 그 아이의 비밀은 유치원 때 울보였다는 것이었다.


“네가 울보였어~~?”

“쟤가…?”

“오…?”

도우미 선생님께서는 초등학교 때 침대를 처음 보셨다고 한다. 그 시절에는 침대를 가진 친구가 많지 않아 친구 집의 침대를 보고 신나고 궁금해 침대로 벙벙 뛰셨다고 했다.

“우와~그땐 침대가 없었구나~”

“그런 시절이 있었다니”


추억에 잠겨 푸시는 옛이야기에 아이들이 쏙 빠져 신기해했다.


메뚜기 튀김을 종종 먹는다는 비밀엔 활발한 남자아이가 몰표를 받았다. 평소 곤충 관찰도 좋아하고 학교 주변 농촌에서 살다보니 “뭐야, 딱봐도 000”이네 하며 모두가 그 아이를 가르켰다.


“나 아니야. 진짜 아니야!!!”

하는 억울한 반응에도 손가락들은 단호하게 그 아이를 가르켰다. 너무 억울해해 내가 미안할 정도였다.


“비밀의 주인은…! 선생님입니다!!!”

나는 평생 서울에서 살았지만 외할머니께서 많이 돌봐주셔서 구수한 입맛을 가지고 있다. 외할머니께서는 고향이 시골이시고 워낙 채집과 요리를 좋아하셔 메뚜기튀김까지도 종종 해주셨다. 내가 서울에서 자라왔던 것도, 돈벌레도 무서워하는 성격인 것도 알던 아이들은 아무도 날 투표하지 않았다.


“…엥? 선생님?”

“선생님 비밀일 줄은 생각도 못했네!”

“선생님도 할머니께서 길러주셨구나~”

“메뚜기는 어떤 맛이에요?”

등등의 열띤 반응이 나왔다. 특히 나와 비슷하게 할머니 손에 큰 여자아이가 수줍게 웃었다. 공통점을 발견해 반갑다는 미소처럼 느껴졌다.


진작 내 얘기를 더 할걸. 애들이랑 너무 가까워질 게 무서워 나를 너무 숨겼나 후회가 됐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되어 좋았다. 서로의 비밀을 알면 특별한 사이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비슷한 비밀을 가지면 애틋한 동지애도 느껴진다. 할머니 손에 자란 여자아이의 미소가 아직도 생생하고도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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