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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랭 Aug 14. 2020

똑똑하게 컴플레인하는 법

지인과 파스타 집을 찾았을 때 일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내가 시킨

봉골레 파스타가 나왔다.

허기가 진 상태라 연장부터 챙겨 들어

파스타를 한 가득 입속에 넣었는데

'와그작'

모래가 씹혔다. 해감이 잘 안 된 모양이었다.

나의 표정을 본 지인이

포크를 내려놓으라고 하더니

불러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했다.

나는 평소 반찬 하나도 더 달라고 말을 못 하는

특정 분야의 소심쟁이인데

한바탕 소동이 날 것이 두려워

그냥 먹겠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지인은 기어이 손을 들어 종업원을 불렀다.

나는 못 보겠다 싶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는데

지인이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종업원에게 말했다.


"파스타가 맛이나 다른 건 참 좋은데

먹어보니 해감이 좀 덜 된 것 같은데요.

 한번 확인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종업원은 놀란 표정으로 파스타 그릇을 쳐다보고는

연신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그릇을 들고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돌아오더니

확인해 보니 해감이 덜 된 게 맞는 것 같다며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새 파스타를 만들어 오겠다고 했다.

잠시 후 따끈따끈한, 해감이 아주 잘된 파스타와

서비스 음식이 함께 달려 나왔다.

종업원은 죄송하다고 정중히 사과했고

지인은 웃으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기분이 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엇보다 나는

맛있는 봉골레 파스타를 먹을 수 있었다.






나는 이 일을 계기로

부드럽게 컴플레인하는 법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요놈 잘 걸렸다.

아주 이 참에 손님이 왕인 걸 제대로 보여주지.'

하며 제대로 갑질을 하지 않아도,

'괜히 소란을 만들고 싶지 않으니 내가 참고 말지.

하지만 다시는 그 가게를 가지 않으리.' 하는

변명의 싹마저 잘라버리는 소심한 복수 역시

최선의 방법은 아닐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부드럽게 불만을 이야기하는 법에

회의적인 사람도 많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

사람 좋게 대하면 호구로 보는 사례를

우리는 얼마나 많이 당했던가.


결혼 전, 웨딩홀에서 알바를 하던 한 동생이

엄청난 비밀이라는 듯이 알려준 이야기가 있다.


"언니, 결혼할 때 무조건 진상 손님처럼 굴어야 해.

막 조그만 것 하나하나 다 따지고, 화내고,

성질을 부리면

웨딩홀에서 이름 옆에 별표를 치고는

 '특별관리'라고 쓰고

사장이 더 긴장하고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고,

알바생한테 신경 써서 일하라 그래."


진상 짓을 해도 혜택을 받는다.

먹고 떨어지라고 뭐라도 하나 챙겨주긴 한다.

이러한 보상은 행동을 더욱 강화하고

이를 학습한 진상은

또 다른 가게에서 진상짓을 한다.


그러나 우리 진상이 받는 혜택에

너무 억울해하지는 말자.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진상과 갑질의 끝은 눈을 모자이크로 가린 cctv로

화려하게 뉴스에 데뷔하는 일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뜯고, 맛보고, 씹는

주인공까지 맡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깟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혜택과 서비스

안 받고 마는 게 속 편하다.

주변 진상이 운 좋게 뉴스 데뷔까지는 안 했더라도

역시 착한 사람만 손해본다고 치를 떨 필요도 없다.

그런 사람은 주변에서 먼저 알아본다.

나의 권리만 내세우는 사람이

절대 좋은 이웃과 친구 일리 없다.

나보다 조금 더 배는 부를 수 있을진 몰라도

사람으로만 채워지는 따스한 만족감은

평생 모른채, 외로이 살게 된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부드러운 컴플레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불을 켜고 배 째라 나오는 가게 주인을 보면

피가 거꾸로 솟아

혈액순환이 잘 되는 기분이 들겠지만

그럴 때도 역시 조용히 웃으며 돈 내고 나오면 된다.

그 뒤에 평가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있는 그대로 평가를 하면 되고

필요하다면 본사에 조치를 취해도 늦지 않다.

사실 내가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원래부터 그런 집이라면

1년도 안 되어 간판이 교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1년 안에 90%가 망하는 치열한 자영업 시장에서

그깟 태도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사장님의 대출 이자를 걱정하며 불쌍히 여기자.



물론 컴플레인의 목적은

절대 알량한 혜택이나 공짜 한 그릇이 아니다.

너그럽게 한번 더 기회를 주어

시정할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렇게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는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

그러니 우리도

제대로 컴플레인을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왕이면 서로 기분 좋게.

그러면서도 제대로.


그러니 오늘 시킨 국수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분노하지 말고 우아하게 손을 들어 종업원을 부르자

그리고는 웃는 얼굴로 이야기해 보자.


"사장님, 국수가 정말 맛있는데,

제가 주문하지 않은 주방장님의 머리카락까지

서비스로 나왔네요. 어떡하죠?"




p.s  사장님에 따라 맥이는 거냐고 욕먹을 수 있음. 그거까진 책임 못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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