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그렇게 하루는 늘 뒤통수를 친다

by 강펀치

우리의 하루는 마치 파도 같아서, 어느 날은 합이 잘 맞아 그 위에서 서핑도 하고 물놀이도 하지만 또 어떤 날에는 갑자기 닿아야 할 곳에서 발이 닿지 않는다. 어라 이쯤이면 닿아야 하는데,


밀려오는 파도와 캄캄해지는 눈 앞. 턱 밑, 코 아래까지 물이 차오르고 숨이 막힌다.


가끔은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어느 누구에게도 닿지 않을 것처럼 아득하다가 어떤 때는 내가 하는 모든 말이 다른 사람을 할퀴는 것은 아닐까 전전긍긍한다. 하루는 그래, 마치 모두가 힘을 모은다면 모든 걸 다 해낼 수 있을 것처럼 굴다가 어떤 날은 근거 없는 용기에 혼자 맥이 빠져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냐, 스스로 난처하게 굴어 버린다.


그렇게 하루는 늘 뒤통수를 친다.


그 절묘한 파도의 뒤통수에는 딱히 공식이랄 게 없어서 앞으로 어디로 향할지 어디서 내 뒤를 덮칠지 알지 못한다. 잔잔할 때의 아름다움과 폭풍이 몰아칠 때의 잔혹함. 그 대비 때문에 하루를 살아내는 건 그 간극을 버티어 내는 일에 가깝다.


빨간 머리 앤 처럼 그게 삶의 매력이다, 예측 가능하지 못한 삶이 얼마나 매력적이냐고. 그런 게 삶이라고. 삶이라는 큰 바다에서 하루하루의 작은 파도에 깊게 의미 둘 필요 없다고. 그렇게 쿨하게 말할 수 있기까지는 얼마나 더 많은 파도를 지나야 할까.


공교롭게 얼마 전 본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도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한 남자와 바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곳에서도 바다는 깊고 변덕을 부려서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지만, 한편 그렇다. 결코 우리를 판단하고 비난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존재이기도 하다고. 파도에 악의는 없으니까.


그렇게 악의 없이 때로 악을 행하는 파도라는 건, 그래서 원망조차 할 수 없는 삶은, 하루라는 건 너무 깊고 어려워서 어떻게 잘 탈 수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하루하루를 산다는 건 마치 파도를 타는 것과 같다. 매일 전혀 새로운 기분의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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