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개찰구에서 내려 계단을 내려가다보니 낯 익은 얼굴 하나가 인사를 건넵니다. 초등학교 동창 동우네요. 엄청 까불이었던 녀석이 제법 신사가 됬습니다. 오랫만에 안부를 묻고 헤어지니 오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어언 20년 전인가 봅니다. 공기빠진 고무풍선을 2개 두고 동우랑 누가 더 크게 바람을 부는지 겨뤘던적이 있습니다. 당시 욕심이 많았던 저는 이미 팽팽해진 풍선에 바람을 더 불어제꼈고 결국 풍선은 터지고 입술만 아작이 났었죠. 제 마음도 모르는 동우는 옆에서 키킥거리며 쪼개구 있구요 ㅋㅋㅋ
어린 시절 유치란란했던 풍선게임은 작년 부동산 시장에서도 있었습니다. 동우 엄마, 막 대구전자 취업한 박 주임 할 것 없이 부동산을 사 제꼈습니다. 박 주임한테 왜 사냐구 물어보면 “당연히 사야지!! 더 오를 건데 안사면 바보야”라고 합니다. 그렇게 1금융 대출에 2금융, 사채, 친척 돈 차용하기 등 다양한 자금책을 마련해서 등기를 똑하고 쳐버렸습니다. 그들은 어찌되었냐구요?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릅니다.
주식에는 뭐 PER, PBR이런 기본적 지표가 있고 기술적으로는 obv, 볼리저밴드 이런거 있다는데 부동산에는 없냐구요? 있습니다. 사람들이 잘 모를뿐이죠. 바로 주택구입부담지수와 갭비율입니다.
요즘 하도 주담대를 언론에서 알려대니 보금자리론은 주택금융공사에서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 기관에서 나오는 지표가 주택구입부담지수입니다. 중위소득 정도의 사람이 중간 정도의 가격의 아파트를 구입 할때 나오는 대출상환부담 지수입니다. 물론 지역별로도 조회할 수 있습니다.
이 지수는 100이 기준인데 이 100의 의미는 소득의 25%를 주담대 원리금 상환에 쓴다는 것입니다. 2008 전고점에는 164, 즉 소득의 41%를 주담대 원리금 상황에 써야했고 2022.2분기 현재는 231로 소득의 58%를 상환에 사용해야 합니다. 20년 정도의 이 지수의 평균이 130 정도인데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죠.
2020년도는 임대인, 임차인 모두 잊지 못할 한 해였습니다. 임대차 3법이라는 전세연장 제도가 의무화되었으니까요. 과거부터 현외까지 전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신박한 제도였습니다. 기존 임차인이야 “아싸~ 가격 오르는 판국에 5%만 올리고 2년 더 연장해서 좋네요~ㅎ” 하겠지만 새로운 임차를 구해야하는 임차인은 난리 난리 생난리가 났습니다. 아파트 매물이 없거든요.
기존 전세입자는 안나오고 집주인들은 4년 묶이느니 본인이 실거주하거나 아들, 딸내미 거주시킵니다. 물량이 없고 수요는 많으니 전세가가 폭등한 것이죠. 결국 전세가와 매매가 가격차이가 적은 일명 갭투자하기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전세가는 주택의 사용가치. 매개가치는 그 사용가치에 투자가치를 더한 값. 이렇게 암기하면 갭에 대한 이해는 끝난 겁니다. 전세가율이 낮아졌다 함은 사용가치 대비 투자가치가 거대해져 버블이 조금씩 쌓였다는 증거이죠. 전고점인 2016년에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75%를 찍었습니다. 전저점은 2009년 38.2%네요. 20년이라는 기간을 평균으로 잡으면 54.4%가 평균치입니다. 올해 9월의 전세가율은 54.7%로 많이도 내려왔습니다.
결국 두 지표로 보았을 때, 아직도 스키장 최상위 슬로프에서 중상위 슬로프까지만 나뭇잎베기하면서 내려온 격입니다. 다음 코스는 눈 밑에 빙판이 숨겨진 데스벨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안전구인 먼지가 가득한 헬멧을 찾을 때가 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