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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 Apr 15. 2021

인생사 새옹지마, 천국의 문 두드리기

<노킹 온 헤븐즈 도어>

내가 태어난 해에 개봉했다. 처음 본건 수능을 끝마친 2016년 1월이었다. 이 영화의 엔딩신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하니 안볼수가 없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시한부 인생이었던 두 사람이 본인들이 원하는 유토피아에 다가가는 내용이다. 인물 설정이 재밌다. 특히 악역 캐릭터 둘이 눈에 띈다. 이 둘은 어딘가 나사가 빠진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 가게의 점원이나 주유소의 사장, 지역 보안관같은 인물들이 치는 대사가 유머러스해서 웃음이 나온다. 영화는 이런 재미있는 요소요소를 담아 플롯을 무겁지 않게 전개한다. 이런 설정은 영화의 아이러니와도 이뤄진다. 가령 영화에 총격전이 있지만 총상으로 죽는 경우는 아무도 없다거나 시한부 인생을 소재로 했지만 락음악을 중심으로 배경음악을 짰다는 부분이 이 영화를 너무 어둡게 만들지 않게 도와준다.


이런 아이러니는 엔딩신을 더 임팩트있게 만들어준다. 시작장면과 엔딩장면이 눈에 띈다. '당신은 암 말기입니다. 몇일 남지 않았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시작해서 죽기 전에 이루고 싶었던 소원인 바다를 보며 끝난다. 시작과 엔딩까지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루디와 마틴이 '어떻게 소원을 이루는가'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감독이 시작과 끝으로 플롯을 설정한 것이 하나의 장치라고 생각한다. 이 이유는 작품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삶에 비유하기 위함이었다. 엄마를 보고싶다던 소원을 이뤘지만 곧바로 부정적인 일을 겪기도 하고, 잠옷과 맨발차림으로 다니다가도 뜻하지 않은 행운으로 멋진 양복을 입었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다. 말 못하게 행복하다가도 뜻하지 않은 이별로 누군가를 떠나보내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음에도 표현이 서툴러서 잃어버릴까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이렇게 영화는 처음과 끝에 대해 이야기하며 결과보다는 어떻게 이것들을 이뤘는지에 대해 과정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우리의 삶에 있어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 꼭 겪어야 할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더 나은 인생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며 행복이란 무엇인지 각자 생각해볼 계기를 주는 듯 하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때문일거다

.

이 작품은 내가 얻어야 할 것들과 많이 비슷했다. 난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했다. 이 영화는 성인이 되고 나서 본 두번째 영화다. 필요할 때 이 작품을 본 셈이다. 결말이 다 정해져 있는 영화였다. 일부러 이런 영화를 고른 건 아니었다. 나도 20살땐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어떻게 살아야할지 감이 오질 않았기 때문이다. 열아홉의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가고싶은 학과를 가지 못했다. 외할아버지는 치료를 받고 계셨지만 폐암 투병중이셨다. 고3생활은 악몽과도 같았다. 지옥같던 수험생 생활은 큰 감정기복을 안겨주었다. 주위사람에게 버림받을까하는 두려움때문에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리저리 흔들렸다. 우울한 나를 맞이한다는 건 내 모든 걸 내 스스로를 포기하는 것 같았다.


물론 요즘은 이런 생각 안한다. 바로 내일 내가 대학에서 자퇴를 한다고 하더라도 나를 괴롭게 한 사람들보다 훨씬 잘 살것 같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악몽을 이제 덜 꾸기 시작했고, 외할아버지는 이제 하늘 위에서 나의 매사가 잘 풀리기를 기도하고 있다. 나도 이것들을 위해 떠나보내야만 했던 것이 있었다. 나도 이 주인공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천국의 문을 두드리기 전 두 사람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영화다. 주인공들에게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인생이란 건 바다를 보는것과도 같나 봐. 즐거운 일도 한때, 우울한 일도 한 때일 뿐이다. 바다를 보기 위해 또 일생일대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선 넘어질줄도 알아야하고 행복하게 웃기도 해야했다. 내가 천국의 문을 두드리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남아있을까? 내가 닿아야할 바다는 무엇이며, 또 어떻게 가야 잘 갔다고 말할 수 있는걸까? 영화는 명확한 해답을 제시해주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엔딩신으로 따뜻한 조언을 건내고 있다. 천국의 문을 두드려야 하나. 사실 그런건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중요한건 과연 내가 누구이고, 어떤 걸 원하며, 어떤 인간이고 싶은지. 그런 사소함에서 얻는 즐거움이 삶에 있어 바다를 찾아가는 것 만큼이나 중요할지도 모른다. 살아있다는 것이야 말로 그 무엇보다 중요한 유토피아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엔딩신으로 넘어갈때의 개연성이 아쉽긴 하지만 삶 전체를 비유한 각본이 맘에 들었다. 좋은 영화다.  


주연 배우 중 하나가 타란티노 작품에 나온걸 기억한다. 하나도 나이가 안먹어서 신기하다. 나의 어느 한 부분을 생각나게 하는 영화라서 다시 봐도 참 좋다. 2018년에 썼던 걸 몇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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