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확실한 편애
마카롱은 맛있다. 하지만 내가 더 좋아하는 건 다쿠아즈다. 마카롱보다 대중에게 상대적으로 덜 익숙한 다쿠아즈는 아몬드 풍미가 진한 샌드형의 머랭 과자다. 프랑스 남서부 도시 Dax의 전통 과자로 'Dax의'라는 뜻의 프랑스어 다쿠아즈라는 이름이 붙었다. 프랑스에서는 커다란 원형 케이크 형태로 주로 먹는데, 지금과 같은 타원형의 샌드는 일본 후쿠오카의 제과점 <프랑스 오카시 16구>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한다.
대개 샌드 모양인 점도, 머랭 과자인 것도 마카롱과 닮았지만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식감이다. 다쿠아즈는 겉은 파삭하지만 안은 폭신한 게 빵에 좀 더 가깝다. 그런 점에서 겉바속촉 스콘을 좋아하듯 다쿠아즈가 더 취향이다.
다쿠아즈를 만들 때는 머랭이 적당히 부풀게 하는 게 관건이다. 예전에 수플레를 직접 거품기로 저어 만들다가 밀가루 전을 굽고 만 비화가 있다. 같은 실수 반복하지 않도록 휘핑은 충분히 해 줬다. 핸드믹서를 쓰니 금방 머랭이 잘 올라왔다. (이렇게 기계가 할 일이 분명 있는데!) 완성한 머랭에 아몬드 가루를 넣어 저을 때도 애써 부푼 머랭의 숨이 꺼지지 않도록 세로로 살살 섞는다. 누군가의 기대를 꺼트리고 싶지 않은 마음처럼 조심스럽게 하면 된다.
오래전부터 가슴 한 켠에는 퇴직서, 그리고 그 옆에는 제과제빵 지원서를 품고 있었다. 최근에는 정규과정을 등록하러 제과제빵 학원까지 갔다가 매주 같은 요일에 일정하게 시간을 낼 수 있는지에서부터 막혀 돌아서고 말았다. 사실 재능에 있어서도 그다지 자신이 없다. 최근에 엄청 맛있는 타르트를 먹었는데 만든 분이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엄두도 못 낼 모양과 맛이었다. 그런 걸 먹고 나니 '하고 싶다'는 마음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이 될 수 없겠더라.
베이킹 원데이 클래스 선생님은 배우고 익숙해지면 못 할 게 없다고 하셨다. 그리고 어떤 재료인지에 따라 차원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 환경도 중요하다고 했다. 프랑스, 일본, 호주처럼 디저트류가 발달한 나라를 보면 대개 낙농업도 함께 발달해 있다. 숙련도 숙련이고 재료도 재료지만 그중 제일은 좋은 디저트를 다양하게 먹어보는 것. 입이 보배라고, 그거라면 자신 있다. 준비된 자세로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시트는 위 아랫면이 필요하다 보니 인절미, 초코, 녹차 순으로 꽤 여러 판을 짜고 구웠다. 여기서 마카롱과 다른 또 하나의 포인트는 굽기 전 슈가파우더를 솔솔 뿌려주는 것이다. 슈가파우더가 수분이 날아가지 않게 표면 막을 형성해 주어 다쿠아즈 특유의 겉파속폭(겉은 파삭 속은 폭신)의 식감이 만들어진다.
베이킹을 할 때 가장 설레는 순간은 오븐에서 맛있는 향을 맡을 때가 아닐까. 잘 구워진 시트에 필링을 짜면서 어떤 맛일지 기대하고 있는데 선생님께서 하루 냉장보관을 하고 먹어야 맛있다고 하셨다. 정확한 이유는 못 물어봤는데, 안의 필링이 저온에서 반경화 상태일 때 그 맛과 식감이 더 좋아져서가 아닐까 싶다. 하룻밤 정도는 꾹 참을만했다.
다음날 아침에 가족들이랑 함께 디저트로 다쿠아즈를 먹었다. 폭신한데 살짝 쫀득한 맛도 있는 게 역시 입에 잘 맞는다. 마카롱 떨어뜨리는 이야기를 쓰고 이렇게 다쿠아즈를 찬양한다. 확실한 편애의 마음.
+키워드로 다쿠아즈 설정조차 안 되다니... 다쿠아즈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