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조련인가, 교육인가
중학생 남자아이들을 다루는 데 여자인 나의 성별은 핸디캡인 것 같다. 여자임에도 분명 아주 숙련된 선배 선생님들은 근엄한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아이들을 제압하시지만,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일단 이 핸디캡을 극복하려면 샤우팅과 자극적이고 명료한 말이 필요하다.
“입을 닫고 궁둥이를 의자에 붙여라!!!!!!!!”
덩치는 이미 클 만큼 커서 길 가다 만났으면 징그러웠을 아이들이 하나, 둘씩 알고 지내다 보면 여전히 아기 같고 ‘대체 언제 클래?’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먹을 것에 움직이고 칭찬에 크게 반응해서, 여자 아이들에게 "제발, 험담 좀 하지 마!"라고 잔소리하면, “선생님, 저희는 앞에서 욕 합니다. 잘했죠?”라며 이런 상황에서도 다짜고짜 칭찬을 요구한다. 실컷 혼내고 ‘미운 놈 한테 떡하나 준다.’고 사탕하나 쥐어주면, “에이 쌤 미운 놈, 떡 두 개 주세요!” 하고 언제 혼났냐는 듯 웃으며 사라진다. “쌤, 힘을 내세요. 교감으로 승진하셔야죠!”라는 둥 능글대며 말하는 것도 대부분은 남자아이들이다.
남자아이들의 교우 관계는 여자 아이들에 비하면 비교적 단순하다. 학기 초에 서열이 어느 정도 정해지면 그 안에서 큰 움직임은 잘 포착되지 않는다. 여자 아이들처럼 친해졌다 멀어졌다 하는 상황이 생기기는 하지만 특별한 일이 있어서는 아닌 듯하다. 그냥 어쩌다 보니, 최근의 관심사와 맞아떨어져서 등의 이유로 관계에 변화가 생긴다. 그러나 서로 삐지거나 기분이 상하거나 하는 상황은 여자 아이들의 관계에서처럼 잘 보이지 않아 담임 입장에서는 꽤나 편하다.
하지만 뭐든 재미만 있으면 되고, 선을 지키지 못해 그 경계를 넘다가 교무실로 소환되는 애들 또한 대개 남자아이들이다. 교실에서 피구를 한다고 인형을 던지다가 지나가던 애를 맞히고, 인형 솜이 터져서 교실을 솜밭으로 만든다. 장난이라고 얌전한 아이를 갈구다가 그 아이가 폭발하는 사건도 종종 일어난다. 그러다 다음날에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한 교실에서 웃으며 지낸다. 단순해서 편하지만, “이빨 보이지 말아라.” “제발, 생각이라는 것을 해볼래?” 등의 귀에 박히는 센 말과 샤우팅이 필요하다. 어마어마한 체력전이다.
하... 아이 하나, 하나의 정서를 중심에 두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민주적이고 따뜻한 교사, 그게 뭘까요...? 먹을 것으로 유인하고 복식 호흡으로 오더를 내리는 나를 보면 누군가를 '가르친다.'기 보단 '조련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해 보인다. 오늘도 학교 탈출을 꿈꾸며, 아이들과 하루를 지지고 볶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