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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6시간 동안 게장 만들다

어버이날 이벤트

by 나린


많은 임산부들이 임신중기는 날아다니는 시기라 표현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아지는 시기인데,

나 역시도 디션이 좋아서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들께 뭘 해드리면 좋을까 고민하다 '간장게장'을 직접 담아봐야겠다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음식'만 한 것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음식은 정말 정성을 담지 않는 이상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참 해놓고 보면 금방 먹어버리는 음식인데, 재료선택부터 손질, 조리과정은 꽤 긴 시간을 들여야 한다. (물론 어떤 음식을 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간장게장을 선택하였고, 류수영의 간장게장 레시피를 참고하였다.

인터넷으로 좋은 게를 만드는 날에 도착할 수 있도록 주문한 후 퇴근 후 나머지 재료를 장 봐서 저녁 먹고 바로 남편과 시작해 보았다. 남편은 사서 먹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왜 힘들게 일을 벌이냐는 생각인 것 같았지만... 의견묵살..


결혼하고 집에서 요리를 크게 하지 않아서 그런지 내가 하려는 간장게장의 규모에 비해 냄비나 담을 통이나 좀 부족한 느낌이 있었다. 어찌어찌 담을 통은 마련하였는데, 냄비가 한 번에 할 수 있은 사이즈가 없어서.. 3번 진행했다.

그래서 장장 6시간에 걸쳐 완성하게 되었다.

정말 말 그대로 6시간 동안 한 번도 앉지도 못하고 만들면서 엄청 쉬워 보였는데,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구나 통감하며 나중엔 일을 벌이더라도 준비를 좀 철저히 해야겠다 생각했다.


거의 집 안을 전쟁터로 만들고 마무리한 간장게장..

숙성의 기간 후 양가 부모님들께 전달하였고, 함께 식사하며 먹은 바로 굉장히 훌륭했다(?)

처음 했는데 정말 간장게장 맛이 나고 심지어 맛있었다. 다들 맛있다고 칭찬해 주셔서 더 뿌듯한 이벤트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간장게장을 다 만들고 나서 느낀 바로는 부모님이 실제 좋아하셨다기보다 만들면서 부모님들을 좀 더 생각하게 되고 좋아하시지 않을까 기대하며 기분 좋게 만들게 되어 내가 오히려 행복한 이벤트가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육체적으로는 좀 힘들었어도 뱃속 아가도 분명 행복감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집 안이 난리가 나고 힘들어도 내색 없이 묵묵히 기분 좋게 잘 도와준 남편이 있어 더 행복한 이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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