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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내가 예민해서 그런가요? 1

그러니까 난 정말 행복하려고 했다고요.

by 영영

나의 조그맣고 소중한 행복은 오래 있지 못하고 멀리 달아나버렸다. 소중하게 얻은 것인 만큼 아끼며 예쁘게 키워나가고 싶었는데 이런 나를 짓밟듯이 좋지 않은 일들이 들이닥쳤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하루에 수십 번이나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도대체 나는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인 건지 생각하고 있자면 심장이 빠르게 뛰고 숨이 쉬어지지 않는 기분이었다.


도가 지나치게 밀려오는 직장 스트레스와 동생의 갑작스러운 병은 나를 또 흔들어놓았다. 동생은 진단과 함께 입원 생활을 시작했고,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은 매일을 마음 졸이며 보내게 되었다. 원체 예민한 성격인 나는 이로부터 신경이 더욱 날카로워졌는데, 이제는 작은 소음조차도 견딜 수 없어 노이즈 캔슬링의 힘을 빌려야 했다. 이때는 어떤 음악이나 목소리도 듣고 싶지 않아서 아무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는, 오로지 소음을 차단하기 위한 에어팟으로 이용했다. 청각만 예민해졌으면 그나마 나았지도 모르겠으나 시각부터 후각, 촉각까지 모든 게 날카로워졌다.


특히나 간병인으로 있는 엄마의 전화가 올 때면 화면에 떠 있는 그 이름만 보고도 날이 선 고슴도치가 되었는데 이런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의젓하게 이야기하고 밝은 모습을 보이려니 나는 더 지쳐갔다. 가장 힘들 동생과 그런 동생 곁을 하루 종일 지키고 있는 엄마의 마음을 내가 감히 알아볼 수 있을까 싶어 가족들 앞에서는 늘 빛이 나고 싶었다. 그늘진 모습 하나 없이 모든 게 다 잘 될 것이라고, 우리는 지금도, 앞으로도 함께이고 행복할 일이 가득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면 내 마음도 꼭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괜찮았다. 뭐든 괜찮아질 구석이 있으니 나는 괜찮다고 여기고 싶었다.


시간이 흘러 드디어 동생의 수술 날짜가 잡혔다. 말도 못 하게 힘들었던 시간과 고통을 견디고 있었을 텐데 수술에 들어가기 전까지 웃으면서 우리와 헤어지는 모습을 보며 나는 또 한 번 다짐했다. 긴 수술을 끝내고 퇴원을 하고 또 어느 정도 회복을 하면 꼭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야지. 맛있는 것을 잔뜩 먹으러 다녀야지. 웃으며 여기저기 여행을 다녀야지. 같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생각한 지 10시간째. 동생의 수술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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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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