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행복을 찾아요.
마음먹은 순간부터 뭐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사실 현실에서는 그 무엇도 바뀌지 못했다. 암막 커튼이 쳐진 어두컴컴한 방에서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씻고 준비하고 출근하고 또 퇴근해서 씻고 다시 눕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마음으로는 몸을 일으켜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저절로 움츠러들게 만드는 차가운 날씨 탓을 하며 무기력한 하루를 보냈다.
특히 이 시간 동안은 스스로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느꼈다. 앞서 한 다짐이 무색할 정도로 감정 조절이 어려웠다. 겉으로 웃으며 지낼수록 속은 썩어버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남들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은 생각에 10년이 넘도록 나 자신에게는 좋은 사람은 되어주지 못하고 있었다.
어두운 공간에서 허우적거릴 때 빛으로 꺼내주었던 것도 정말 사소한 순간이었는데, 1월 1일 수요일. 새해가 되던 날 유난히 날씨가 좋아 보였다. 그래서 괜히 커튼을 열고 환기를 시켰다. 아침 공기를 맞고 있자니 또 괜히 개운하게 씻고 싶었다. 답지 않게 부지런 떨었다 생각하며 머리를 말리는데 그날따라 괜히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싶은 거지.
집에서 5분 거리, 짧은 산책을 마치고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기를 5분. 집을 나서서 커피를 받기까지 10분 동안 이상할 만큼 낯선 기분이 들었는데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해 보니 꼭 온전한 행복 같았다. 내가 다시 되찾고 싶었던 나만의 작은 행복이었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왜 미루고 미뤘을까 싶었는데 이렇게 간단한 것이라서 몰랐다. 고작 이런 일로 이만큼의 행복을 줄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고민만 하며, 행복해지기 참 힘들다고 무기력 속에 지냈지만 사실 내 행복은 그렇게 대단한 것들이 아니었다.
이미 나는 알고 있었다. 앞서 생각했던 '작은 것에도 웃음을 지을 수 있고, 맛있는 커피와 빵을 먹으며 책을 읽는 일, 아껴뒀던 영화를 보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흥얼거렸던 순간들'. 1월 1일, 마침 의미 부여하기도 참 좋은 날이었다. 올해는 무엇보다 나만의 행복에 집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