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괜찮아.
동생의 수술은 정말 잘 끝났다. 나를 짓 누르고 있던 무언가가 훨훨 날아가서 꽤나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이런 감정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지만 정말 좋았다. 너무나도 행복했다. 수술이 끝난 당일은 중환자실에 입원 후 다음 날 일반 병동으로 옮기게 된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경과를 지켜본 뒤 퇴원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며 중환자실에서 필요하다는 준비물을 전달 후 함께 집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함께 저녁을 먹고 또 함께 웃었다. 무거운 긴장감이 순식간에 풀린 탓에 피곤해진 우리는 내일 아침 일찍 동생을 만나러 가야 하니 푹 자고 일어나라는 인사를 나누고 각자 방에 들어갔다. 입원 생활을 함께 하며 보호자용 간이침대에 몸을 구깃하게 누워 잤을 엄마였다. 오랜만에 포근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겠구나 싶었다. 중환자실에 있을 동생은 지금쯤 마취가 다 풀렸으려나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마취가 풀려 혹시 혼자 너무 아파하고 있지는 않을까, 무섭지는 않을까 또 꼬리의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하다 이내 눈을 감았다.
적어도 지금은 행복한 생각만 하고 싶다. 항상 눕던 침대가 유난히 포근하게 나를 감싸고 있는 이 안정감을 그대로 느끼고 싶다. 스스로를 토닥이며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이제 그친 줄 알았던 눈물이 다시 흘렀다. 정말 다행이라서 너무 다행이라서 그래서 벅차게 행복해서 웃으며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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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부터 예민했을까? 예민해지는 것에도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 명쾌한 답이 있으면 좋으련만 꼭 인생을 살아가며 궁금한 것들에는 답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예민함'에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었다. 무엇보다 신기했던 것은 다른 사람들은 이렇지 않다는 점이었다. 유독 예민한 사람들에게서만 나타나는 특징이라는 게 꽤나 흥미로웠다. 그렇지만 내가 원하는 대답을 얻지는 못했다. 물론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고 크고 작은 깨달음도 얻었지만 한 구석에는 풀리지 않는 것들이 남아있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마음 가짐의 변화다. 어쩔 수 없는 기질이고 바뀔 수 없다면 별 수 없다. 어차피 이대로 살아야 한다면 어쨌든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