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비교하지 않기, 삶의 주체가 되기
사실 나는 꽤나 오래 우울하고 힘든 하루를 버티며 지냈다.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 고학년쯤부터는 우울이란 항상 한편에 자리 잡은 감정 중 하나였기에 적당히 무시하고 적당히 무너지며 열심히 커왔는데 4년 전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한없이 망가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늘 자책했다.
'남들 다 이렇게 살아, 넌 뭐가 그렇게 힘들어서 이래'. 하루를 꾸역꾸역 삼키고 나면 또 똑같은 하루가 시작되었고 그렇게 4년쯤 삼키고 있으니 더 이상 마음의 공간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삼키지 못하고 다 토해내 버리는 지경이 돼버렸다. 스스로를 잃지 않으려고 애썼던 중심이 무너지니 부정적인 감정들은 손 쓸 새도 없이 나를 옭아맸고 참고 버티기만 했던 나는 무너져버린 나를 다시 세우는 방법을 몰랐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웃으며 사람을 대하고, 맞지 않는 일을 해 나가며 해가 진 뒤 퇴근을 하는 것. '직장생활'이라는 것은 나를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했다. 퇴근을 하면 없는 에너지를 만들어 썼던 만큼 급격하게 소강상태가 되어 버렸고, 자연스레 친구와의 만남이 사라지게 되었다. 집에 도착하면 저녁 먹을 힘도 나지 않아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바로 누워 잠을 청했다.
진심으로 행복해서 웃는 것도 어색한 일이 되어버렸다. 몇 달 전 오래 키웠던 강아지가 떠난 뒤 웃을 일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나에게 가족이었고 내 삶의 주체였다.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입 밖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특별한 존재였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맛있는 간식과 따뜻한 옷을 선물하고 함께 산책을 나가서 뛰고 나면 나를 괴롭히던 스트레스도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이런 존재의 부재는 나에게 너무 버거웠다.
긍정적인 모습은 사라져 버렸다.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물어보고 무척이나 자책했다. '너는 대체 왜 그래, 뭐가 그렇게 힘이 들어.', '왜 매일이 스트레스야? 좀 유연하게 넘어갈 수 없어?', '그냥 좀, 그냥 살자 좀.'
하루를 대충 견디며 지내던 날에 찾은 간단한 테스트 하나. 고작 이거 하나에 위로받았다는 게 헛웃음이 날 만큼 웃기고 슬펐다. 나는 정말 예민한 사람이구나, 그래서 같은 일이 닥쳐도 남들보다 더 크게 영향을 받는구나. 나 스스로를 모르고 남들과 비교를 해댔던 시간들이 미안했다. 1000명 중 5등 그러니까 상위 0.55%라는데 평범한, 혹은 둔감한 다른 사람과 나를 미친 듯이 비교해 대며 왜 나는 그렇게 못하는지 질책해 댔으니 스스로에게 미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