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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Nov 21. 2020

이것이 바로 ‘맘마’인가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던 너의 손도 같은 온도였어.

 고양이



 나는 고양이라 목이 많이 마르지 않다. 하지만 며칠동안 물을 먹지못했으니 나도 아주 고통스러웠다. 처음 느껴보는 갈증은 너무 힘들었다. 오늘 눈을 떴을 때는 아주 기분이 좋았다. 바짝 나를 조여오던 목마름도 가셨고, 지독한 배고픔도 사라졌다. 그리고 다리에 힘도 생긴 기분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오늘은 매우 힘이 난다.

 내 옆에 늘 있었던 바짝 마른 모래와 풀들은 온데간데없고, 높다란 벽이 빙글 둘러져있는 풍경이 신기했다.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지만, 날 힘들게 하던 것들이 없어져서 기뻤다.  


 그때 내 위에 그림자가 생겼다. 아직 눈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아서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뿌옇게 보이는 그것은 매우 신기하게 생겼다. 엄마 눈처럼 반들반들한 눈을 가지긴 했는데 나머지는 하나같이 이상한 모양이다.

 예전에 엄마가 나와 오빠 언니한테 저렇게 두 다리로 불안하게 걸어 다니는며 소리를 내는 것을 ‘인간’이라고 알려줬다. 우리한테 ‘사람’은 위험할 수도 있고 좋을 수도 있다고 했었나?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기억력이 좋지 못하나 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엄마가 말했던 인간이 나를 가까이에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너는 위험한 인간이야? 아니면 좋은 인간이야?  

 

 “누구지? 너는 누구야?”  

 내 목에서 소리가 나왔다. 엄마가 내던 소리랑은 많이 달랐다. 그래도 나름 크게 말했으니 너도 어느 정도 알아듣겠지? 이런 나의 물음에 대답이라도 하듯, 인간도 소리를 냈다. 뭔가 높고 빠른 목소리.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내 위로 살랑살랑 쏟아지는 목소리가 좋았다. 텅 비어있었던 내 주변의 공기가 반짝반짝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다. 아무도 없어서 까맣고 쓸쓸했던 내 마음에도 따뜻함이 느껴졌다.   

 “근데 너 뭐라고 말하는 거야? 좀 제대로 말해봐!”  

 내가 아무리 말해도 저 인간은 못 알아듣는 눈치였다. 내가 알려줘야 할 게 많을 것 같다.

  그때였다.  


 날 보며 계속 쫑알대던 그 인간이 굉장히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을 가져왔다. 엄마의 맘마랑 비슷하면서도 다른 냄새였다.

 '뭐지? 이 맛있는 냄새를 왜 저 인간한테 나는 거지?'

 

 굉장히 배가 고파졌다. 그리고 너무 오랜만에 맡는 맛있는 냄새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르릉, 그릉, 그르릉… '


 내 몸 전체에서 기분 좋음이 떨려 나왔다. 그리고 곧 그 인간이 나를 잡아 올리더니, 품에 안고 맛있는 것을 입안에 넣어주었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따뜻한 맛. 엄마의 ‘맘마’가 생각났다. 동시에 내 뒷목을 쓰다듬어주는 손길이 너무 부드러웠다. 그 손길에 나의 온몸이 몰랑몰랑해지는 느낌이었다.  

 내 목안으로 따뜻하게 넘어가는 맘마가 아주 맛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내가 기분이 아주 좋다는 것을 이 인간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내 특유의 멋진 골골 송을 더 크게 들려줬다.


 영광인 줄 알라고. 그러니 앞으로도 이렇게 맛있는 ‘맘마’를 사냥해오도록 해. 괜찮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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