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다섯 끼를 먹는 아기 고양이를 위해 네 번째 분유를 만드는 중이었다. 나의 자연스러운 분유 만들기를 보고 계시던 아빠가 아기 고양이의 이름을 물었다. 나도 아빠의 질문에 한 손으로는 분유를 흔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고양이 이름 추천'
검색한 결과로 나온 고양이 이름은 굉장히 별로였다. 아, 물론 내게 별로라는 이름이 누구에게는 사랑하는 고양이의 이름일 수도 있으니 굳이 하나하나 적진 않겠다.
무슨 이름이 좋을지 생각하며 젖병을 들고 아기 고양이를 보러 갔다. 오늘도 우렁차게 삐약거리며 인형이랑 놀고 있는 아기 고양이를 보며 어떤 이름이 좋을지 생각해보았다. 털 색깔이 흰색, 검은색, 노란색, 이렇게 세 종류니까 삼색이? 아니다. 발음하기가 너무 어려운 것보다는 쉬운 게 나은 것 같은데.
"너는 엄마가 뭐라고 부르던?"
"애애오오옹, 애오옹."
"언제 너는 '야옹'하고 울 수 있는 거야?"
"애오오오오오오옹..."
'야옹'이라고 울기에는 너무 작고 어린 아기 고양이. 아기 고양이가 우는 소리는 고양이보다 병아리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자, 이 조그마한 것은 정말 아기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으로 치면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걸음마를 배우는 수준일 텐데. 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부들부들 거리며 걷는 아기 고양이를 보고 있자니 애처로운 마음이 스며들었다.
어쩌다 엄마랑 헤어지게 된 것인지. 어쩌다 그 더위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 지경이 될 때까지 누워있었던 것인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앞으로 이 아기 고양이의 묘생에는 더 이상 힘든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 누가 주인이 되든, 아기 고양이가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했다. 그래서 더욱 값진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할아버지께서 내가 태어났을 때 유명한 절의 큰스님께 가서 내 이름을 받아주셨다고 했다. 그때 할아버지의 마음은 내가 앞으로 이름처럼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자 공부를 지지리도 싫어했던 내게 큰스님처럼 거창하고 멋진 한자를 생각해서 이름까지 만들어 내는 것은 무리였다.
그때 딱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다. 그래서 다시 휴대폰을 들어 그 뜻을 검색해보았다.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아기 고양이가 모든 사람에게 귀중하고 소중하게 여겨졌으면 좋겠다는 내 마음과 딱 들어맞았다. 이 고양이가 태어나서 겪은 모질고 힘든 일은 멀리 멀리 흘러갔으니, 앞으로는 어떤 이의 소중한 고양이가 되었으면 했다.
'사랑이'
이름처럼, 이름답게, 이름만큼.
너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을거야. 그리고 너는 그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겠지. 그렇게 너는 아주 사랑스러운 고양이가 될거야.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