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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Nov 22. 2020

아기 고양이에게 젖병을 물리다.

생명이 자라나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

집사


 나의 아침은 사과즙으로 시작한다.

 '엄마가 아침에 먹는 사과는 뭐라고 말해줬었는데...'

 그게 무엇이었는지 생각하며 사과즙을 한 번에 쭈욱 들이켰다. 그리고 아기 고양이가 뛰어놀고 있는 작은 방으로 건너갔다. 아기 고양이는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난 뒤, 눈에 띄게 상태가 좋아지고 있었다.


 "고양이~ 잘 잤나요?"

 아기 고양이는 오늘도 역시 나보다 먼저 일어나서 작은 인형이랑 놀고 있었다. 고양이는 원래 잠을 많이 자는 동물이 아닌가? 이 녀석은 언제 잠을 자는 건지, 내가 작은 방으로 고양이를 보러 올 때마다 울어댈 준비를 하고 있다.

 "아옹, 아오오옹, 애오옹."

 "알겠어, 알겠어. 지금 얼른 가서 맘마를 대령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죠, 고객님."

 

 나는 애옹 거리는 소리를 뒤로 한 채 부엌으로 넘어갔다.


 동물병원에서 받은 '새끼 고양이 전용 분유'와 작은 젖병을 꺼냈다. 처음 동물병원을 방문하였을 때, 수의사님은 아기 고양이는 시시때때로 젖을 먹으려고 할 테니, 부지런히 분유를 주는 것을 꼭 기억하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내게 젖병을 건네주셨다.


 내 손가락 길이만 한 작은 젖병을 내 손에 쥐었을 때, 나는 꽤 당황했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젖병이라는 걸 손에 잡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의 나는 당연히 '작은' 사료를 주면 되겠거니 하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음... 이걸로 고양이에게 밥을 주면 되나요?"

 얼떨떨한 표정으로 내가 물었다.

 "그렇죠. 아직 이빨도 안 난 아기 고양이니까요. 일단 물과 파우더의 비율은 이 정도로 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아기 고양이에게 분유 수유를 할 때는 체하지 않도록 자세도 이렇게 딱 잡아주셔야 해요. 아! 그리고 분유를 다 먹인 뒤에 등 쪽을 톡톡 쳐서 트림을 시켜주셔야 하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처음 들어보는 '아기 고양이 분유 수유하는 법'을 들은 날,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왜냐하면 분유를 수유하는 방법부터 대소변을 유도하는 법, 청결을 유지하는 법 등 처음 들어보는 수많은 정보들이 내게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이다.


 '아기 고양이는 이렇게나 많은 케어가 필요한 것이구나.'


 뭔가 엄청난 일이 시작된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날 나의 첫 분유 수유는 말 그대로 엄청났다. 아기 고양이는 분유 냄새를 맡자마자 흥분해서 이리저리 머리를 들이밀고, 나는 고양이가 계속 움직이니 젖병을 입에 넣지 못하고 쩔쩔맸다. 분유는 바닥에 뚝뚝 떨어지고, 아기 고양이는 울부짖고. 혼란 그 자체였다.

 

 엄청난 혼란의 첫 분유 수유를 했던 날로부터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아주 자연스럽게 따뜻한 물에 파우더 적당량 넣어서 맘마를 제조하며 첫 분유의 날을 생각하니 지금의 나는 대단한 실력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파우더와 물 비율을 맞추느라 끙끙대던 며칠 전의 내 모습은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졌으니 말이다.


 태어난 지 열흘이 갓 지난 아기 고양이는 이제 막 귀가 펴진 정도였다. 눈은 아직 시력이 온전하게 발달한 상태가 아니라서 뿌옇게 먼지가 끼어있는 듯했다. 하지만 눈과 귀가 다 크지 않았어도 내가 분유를 들고 오면 기가 막히게 알아채고 울기 시작한다.


 "애옹! 애오옹!"

 "그래, 맘마 먹자. 오늘은 살짝 양을 늘려봤어. 다 먹고 또 언니랑 놀자."

 "애애오오오옹~!"


 내 품에 안겨 분유를 먹는 아기 고양이. 나는 아기 고양이에게 분유 수유하는 시간이 좋다. 내 손을 통해 작은 생명이 살아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젖병을 잡으려고 허둥대는 아기 고양이의 작은 발이 내 손에 닿을 때 느껴지는 따스함과 부드러움이란. 정말 작고 소중한 것에 대한 애정이 몽글몽글 솟는다.


 온몸으로 골골 송을 부르며 행복하다고 말하는 아기 고양이 녀석덕분에 나도 방싯방싯 웃음이 났다. 그나저나 이 녀석 이름을 뭐라고 지어줘야 할지. 언제까지 고양이라고 부를 순 없는데. 한 번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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