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진 Nov 22. 2020

아기 고양이에게 젖병을 물리다.

생명이 자라나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

집사


 나의 아침은 사과즙으로 시작한다.

 '엄마가 아침에 먹는 사과는 뭐라고 말해줬었는데...'

 그게 무엇이었는지 생각하며 사과즙을 한 번에 쭈욱 들이켰다. 그리고 아기 고양이가 뛰어놀고 있는 작은 방으로 건너갔다. 아기 고양이는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난 뒤, 눈에 띄게 상태가 좋아지고 있었다.


 "고양이~ 잘 잤나요?"

 아기 고양이는 오늘도 역시 나보다 먼저 일어나서 작은 인형이랑 놀고 있었다. 고양이는 원래 잠을 많이 자는 동물이 아닌가? 이 녀석은 언제 잠을 자는 건지, 내가 작은 방으로 고양이를 보러 올 때마다 울어댈 준비를 하고 있다.

 "아옹, 아오오옹, 애오옹."

 "알겠어, 알겠어. 지금 얼른 가서 맘마를 대령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죠, 고객님."

 

 나는 애옹 거리는 소리를 뒤로 한 채 부엌으로 넘어갔다.


 동물병원에서 받은 '새끼 고양이 전용 분유'와 작은 젖병을 꺼냈다. 처음 동물병원을 방문하였을 때, 수의사님은 아기 고양이는 시시때때로 젖을 먹으려고 할 테니, 부지런히 분유를 주는 것을 꼭 기억하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내게 젖병을 건네주셨다.


 내 손가락 길이만 한 작은 젖병을 내 손에 쥐었을 때, 나는 꽤 당황했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젖병이라는 걸 손에 잡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의 나는 당연히 '작은' 사료를 주면 되겠거니 하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음... 이걸로 고양이에게 밥을 주면 되나요?"

 얼떨떨한 표정으로 내가 물었다.

 "그렇죠. 아직 이빨도 안 난 아기 고양이니까요. 일단 물과 파우더의 비율은 이 정도로 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아기 고양이에게 분유 수유를 할 때는 체하지 않도록 자세도 이렇게 딱 잡아주셔야 해요. 아! 그리고 분유를 다 먹인 뒤에 등 쪽을 톡톡 쳐서 트림을 시켜주셔야 하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처음 들어보는 '아기 고양이 분유 수유하는 법'을 들은 날,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왜냐하면 분유를 수유하는 방법부터 대소변을 유도하는 법, 청결을 유지하는 법 등 처음 들어보는 수많은 정보들이 내게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이다.


 '아기 고양이는 이렇게나 많은 케어가 필요한 것이구나.'


 뭔가 엄청난 일이 시작된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날 나의 첫 분유 수유는 말 그대로 엄청났다. 아기 고양이는 분유 냄새를 맡자마자 흥분해서 이리저리 머리를 들이밀고, 나는 고양이가 계속 움직이니 젖병을 입에 넣지 못하고 쩔쩔맸다. 분유는 바닥에 뚝뚝 떨어지고, 아기 고양이는 울부짖고. 혼란 그 자체였다.

 

 엄청난 혼란의 첫 분유 수유를 했던 날로부터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아주 자연스럽게 따뜻한 물에 파우더 적당량 넣어서 맘마를 제조하며 첫 분유의 날을 생각하니 지금의 나는 대단한 실력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파우더와 물 비율을 맞추느라 끙끙대던 며칠 전의 내 모습은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졌으니 말이다.


 태어난 지 열흘이 갓 지난 아기 고양이는 이제 막 귀가 펴진 정도였다. 눈은 아직 시력이 온전하게 발달한 상태가 아니라서 뿌옇게 먼지가 끼어있는 듯했다. 하지만 눈과 귀가 다 크지 않았어도 내가 분유를 들고 오면 기가 막히게 알아채고 울기 시작한다.


 "애옹! 애오옹!"

 "그래, 맘마 먹자. 오늘은 살짝 양을 늘려봤어. 다 먹고 또 언니랑 놀자."

 "애애오오오옹~!"


 내 품에 안겨 분유를 먹는 아기 고양이. 나는 아기 고양이에게 분유 수유하는 시간이 좋다. 내 손을 통해 작은 생명이 살아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젖병을 잡으려고 허둥대는 아기 고양이의 작은 발이 내 손에 닿을 때 느껴지는 따스함과 부드러움이란. 정말 작고 소중한 것에 대한 애정이 몽글몽글 솟는다.


 온몸으로 골골 송을 부르며 행복하다고 말하는 아기 고양이 녀석덕분에 나도 방싯방싯 웃음이 났다. 그나저나 이 녀석 이름을 뭐라고 지어줘야 할지. 언제까지 고양이라고 부를 순 없는데. 한 번 고민해봐야겠다.


이전 03화 이것이 바로 ‘맘마’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