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들뜰 수 없는 봄날
안정이라는 가면은 업로드 실수로 순서가 바뀌었으니
참고하여 3화->2화 순서대로 독서 부탁드립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
퇴사처리를 마치고 병원 앞에서 버스를 탔다.
날씨는 따듯했고, 병원근처 시장의 정겨운 풍경은 마음이 들뜨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나는, 세상에 홀로 남은 사람처럼 조용히 앉아 있었다.
들뜬 마음 하나쯤 품어도 괜찮을 날이었지만,
내 자존감은 이미 바닥을 쳤고, 퇴사 한 내가 이런 날씨를 누린다는 건 대역죄였다.
'잘한 일이겠지? 후회할까? 아 , 후련하긴 하다. 그래도..역시 내가 뭔가 잘못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채 정리되기도 전, 동기에게 문자가 왔다.
"윤슬아, 너 진짜 먼저 나가버리면 나는 뭐가 되냐. 너 나가니까 나까지 나가면 이상하게 보이잖아.
나 지금 너무 곤란하게 됐어. 너 진짜 이기적인 거 아니야?”
문자를 읽는 순간, 손끝이 떨렸다. 너무 화가 나서, 속이 뒤집어진 게 분명한 듯 울렁거렸다.
'어떻게 나한테 이런 말까지 할 수 있지? '
이 애는 끝까지 내게 바닥의 바닥을 보여주는구나.
지금에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그 애가 나를 미워한 이유는 내가 약해서가 아니라,
그녀 스스로는 할 수 없던 ‘결단’을 내가 해냈기 때문이라는 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 책임을 나에게 전가한 미성숙한 행동이었다는 걸.
하지만 그때의 나는, 내게 벌어진 일에 어벙벙하게 두드려 맞기 바빴다.
이유를 몰랐고, 자존감은 바닥에 있었고, 자꾸 내게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
결국 그 애에게 제대로 화도 내지 못하고, 연락처를 차단했다.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다.
아빠는 한심하다고 소리쳐댔고, 동기는 끝까지 내 탓을 했고,
심지어 프리셉터 선생님은 내가 퇴사 하며 회사에 자기 얘기를 적진 않았는지 걱정하며,
가식적인 문자를 보내왔다. 정말 가관이었다.
살기 위해 나온 건 정말 잘한 일이다.
계속 그 안에 있었다면, 나도 똑같이 미쳐갔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