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방, 떠도는 생각

확신 없는 퇴사, 흔들리는 하루

by yonseul

퇴사라고 하면 큰일이 일어난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근무 기간은 너무 짧았다.
그리고 정들만한 무언가는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퇴사 후인데, 이상하리만치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마치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온 것 같은 자연스러운 기분.


대학병원이라 단기간 근무했음에도 들어온 돈은 꽤 됐다.
이제는 이 돈으로 아껴가며 살아야 한다.
아빠에게 손 벌릴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이미 아빠 집에 얹혀사는 것만으로도 자존심이 상해 죽겠다.


지금 내가 머무는 방은 아주 작다.
숫자로 따지면, 1.8평.
그 좁은 공간에 침대와 옷장, 책상과 책꽂이를 어찌어찌 구겨 넣었다.
적어도 이 방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 편인 공간’이다.

작은 책상에 앉아 생각했다.


‘내가 왜 퇴사했을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 버텨봤자, 내 미래는 저 한심한 상사라는 사실이 뻔해서.’
‘고등학교 때부터 원하던 건 간호학과가 아니었으니까.’
‘단순히 취직하려고 선택한 직업이었으니까.’


이유는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런데 슬프게도, 내 선택이 옳다는 확신은 들지 않는다.

아마도, 낮아진 자존감과 흐려진 판단력 때문이겠지.

‘퇴사’라는 선택이 나를 구한 건지, 나를 던진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므로, 간호직 공무원 시험을 보기로 했다.
거기라면 적어도 ‘태움’은 없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다.


목표는 일 년.
그 안에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때 다시 취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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