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도 같은 우리집 아침풍경
바나나 옆 하루살이를 보며
날씨가 따뜻해지니, 바나나 옆으로 하루살이가 날아다닌다. 하루살이를 보면서 생각한다. "너는 하루살이구나, 나는 겨우살이인데" 아이 하나 낳고 일할 때에는 겨우겨우 산다는 느낌까지는 없었는데, 아이 둘을 낳고 일하려니 정말 겨우겨우 살아내고 있다. 한바탕 등원전쟁을 치르고 나면 남편한테 이야기한다. "오빠 근데... 우리집 아침풍경 누가 유튜브 라이브로 찍어서 송출하면, 아무도 애 안낳으려고 하는것 같아. 출산 장려하는 사회분위기에 제대로 물 흐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숨가쁜 우리집 아침풍경
우리집 아침풍경은 대단히 숨가쁘다. 사실, 아이들은 태평하다.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출근해야 하는 나와 남편만 숨가쁠 뿐. 대략적인 타임라인은 이러하다.
06:40am 부부 기상
06:40am ~ 07:00am 남편은 새벽배송 온 것 정리, 나는 씻기
07:00am 아이들 기상 (이 때부터 전쟁 시작)
07:00am~07:20am 남편 씻기, 나는 화장 (+아이들 싸움 말리기, 요구사항 대응)
07:20am~07:50am 아이들 구슬려서 아침 먹이기 (가장 힘든 시간)
07:50am~08:10am 아이들 구슬려서 옷입히기
08:10am~08:20am 아침동안 어질러진 집정리, 부부 옷입고 나갈 채비
08:20am 아이들 어린이집으로 출동
아이들 등원준비를 하면서 출근준비를 하려니, 항상 시간에 쫓기며 아이들을 채근하게 된다. '내일 아침에는 아이들을 좀 더 다정하게 대해야지.' 생각하면서, 막상 아침이 오면 "빨리빨리"를 외치고 있는 나는야 진정한 한국인.
돌이켜보면 코시국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이나 나나 바쁜 팀에 속해 있어서 재택근무를 한 적이 없다. 둘 중에 한 명이라도 재택근무를 정기적으로 했다면 이렇게 숨가쁘진 않았을텐데. 거기까진 우리 부부의 운이 미치지 못했나보다. 보통은 일어나자마자 아이들 컨디션이 난조이기 때문에, 눈뜨자마자 싸우는 형제를 말리는 것부터가 전쟁의 시작이다. 집에 장난감이 수만개가 있어도 꼭 하나의 장난감을 가지고 싸우는 너희들.
겨우살이의 생각
그렇기에 겨우살이는 소소한 것에 감사한다. 일어나서 평소보다 덜 싸우면 그것이 감사. "밥먹자!" 할 때 금방 쪼르르 와서 식탁 앞에 앉아주면 그것도 감사. 그리고 등원 전쟁을 치를 수 있는게 어딘가. 만약 아이가 아파서 어린이집에 못 가는 날은 등원전쟁도 없지만 그건 진짜 전쟁이다. 어린이집 못가는 아이들 봐줄 양가 부모님 콜, 양가 부모님 모두 일정이 안되면 시터선생님과 일정 조율. 시터선생님도 스케쥴이 안되면 부부 중 한 명 갑작스런 연차를 내야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아이들은 가방을 주렁주렁 들고있는 나에게 안아달라고 한다. 내 팔에는 어린이집 등원가방 두개와 나의 출근가방 한개가 있다. 아이들은 그런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둘이 동시에 달려들어 안아달라고 떼를 쓴다. "엄마 안아줘. 안아줘" 문득 생각이 든다. 10년만 지나도 안아달라고 하기는 커녕 방문 닫고 "응"만 할텐데. 어거지 폼으로 안을 수 있는 만큼 안아준다. 이제 아이들이 무거워서 한 명만 안아도 "으억" 소리가 절로 난다.
그렇게 오늘도 무사히 등원했다. 나도 무사히 출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