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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만에 다시 오전 7시 30분 버스를 탔다. 무언가 바뀐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오래 쉬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그새 출근시간대만 운행하는 전세버스가 생겼고, 회사 근처에는 새 카페가 들어섰다.
복장도 마지막 출근날 긴팔이었는데 반팔은 물론이고 회사 엘리베이터에 에어컨이 너무 세다는 생각을 1년 만에 다시 하고 있다. 덕분에 이 회사에서 여름을 또 맞는구나-새삼 센치해지고.
내가 '오래'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두 달이 실은 모든 것이 변할 수 있는 긴 시간이라는 것을 깨우쳐 준 변화들과 마주한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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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을 버리고 사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두 달 동안 쉬면서 심심하다고 징징- 돈 없다고 징징대더니 막상 8시간을 앉아있으니 어깨 아프다고 꾸엑- 엉덩이 아프다고 꾸엑. 두 달 사이에 엉덩이 뼈가 더 뾰족해졌나?
대학교를 졸업하고 8시간씩 서서 일하는 아르바이트를 주 5 일한 적이 있다.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여느 분들과 똑같은 조건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때는 가만히 서 있는 게 보통 고역이 아니었다.
'서비스직은 나랑 안 맞나 봐.' 생각했는데 안 맞는 게 아니라 그냥 욕심 쟁이였던 걸로.
서비스직으로의 이직 준비보다는 방석을 사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3
한 번 배우면 반복만 하면 되는 일 VS 창의적인 일
준비보다 일단 실행, 빠릿빠릿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 VS 멀리 보고 계획적으로 준비하는 기간이 긴 일
나는 당연히 후자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헷갈리기 시작했다. 추구하는 방향은 당연히 매번 성장하는 느낌을 주는 창의적인 일인데 적응이 느리고 빠른 판단에 약해 고생을 호되게 한다. 난생처음 개헤엄을 배우는 강아지 같달까. 어푸어푸 어떻게든 뜨고 싶은데 너무 힘들다!
타이트한 일과 장기적인 일 또한 마찬가지다. 워낙에 계획적인 성격이고 그 성격이 행동으로도 분명하게 보여 후자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손이 빠르다는 칭찬(?)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항상 일을 빨리 마감 짓는 편이었지. 대학생 때도 과제는 할당받은 직후 후다닥. 해야 할 집안일도 떠오른 즉시 집중해서 빠르게 끝낸다. 아빠는 집에서 왜 이렇게 혼자 바쁘냐고 했다. 할 일이 있는데 단 5분이라도 미루는 것이 꼴 보기 싫은 병에 걸렸어요.
이 점에 함정이 있다면 덜렁거린다는 점. 몇 년간 실력을 쌓아 능숙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면 대체로 구멍이 존재한다. 치밀하지 못한 마무리랄까. 그래서 집에서도 그렇게 종아리를 부딪히고 다니나 보다. 어디에 부딪힌 것인지도 모르는데 집에서 많이 뭐에 부딪히는지 맨날 종아리에 멍이 얼룩덜룩하다. 남이 보면 집에서 학대받는 줄.
그래도 3년 차면 슬슬 내가 어떤 유형의 직장인인지 판단이 설 법도 한데 직장인으로서의 나는 여전히 흐릿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