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거듭할수록 받아들이는 경험이 많아질수록 나만의 의견이 형성된다. 그리고 그 의견을 바탕으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데 요즘은 이와 관련해서 생각이 많아졌다. 오랜 친구, 회사에서 만난 동료, 하물며 가족이라도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필연적인 것처럼 찾아오는 불편함. 상대방의 생각에 동의를 못할 때.
한 두 번이 아니다.
최근에도 지인과 같은 상황을 보고 다른 생각을 해 의견 충돌이 있었다. 계속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고 했는데 지인은 아니라고 자신의 의견을 얘기했고 그렇게 마음만 불편해졌다.
이런 상황이 있을 때마다 나는 상대방이 고집이 세다고 생각해왔다. 상대방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방법 자체를 모르는구먼! 참 고구마 오억 개 먹은 것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드는 생각은 애초에 모든 사람은 고집이 있을 수밖에 없겠다는 것이다. 그 결론이 나온 데에는 나름 해 본 생각이 있다.
나 포함 인간은 어떤 의견을 내든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애초에 그 이유가 논리적인지 아닌지는 상관없다. 의견이라는 것이 나름대로 본인의 경험 또는 평소에 가지고 있던 가치관 등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기에 본인은 논리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걸 고집이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이 생각이 맞다면 의견은 근본적으로 객관적일 수가 없는 것이다. 아니 인간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신문도 인터넷 기사도 나랏일도 개인 혹은 집단의 생각과 의도가 들어가는데 일상생활 속 대화들은 더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내가 그 지인과 나눈 생각들도 모두 주관적이었다. 딱히 옳고 그름을 판가름해 줄 기준도 없고 말 그대로 '생각'에 불과한 것이었다. 마음이 불편할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부터도 이미 고집이 센데 누가 누굴 고치려드나-반성하게 됐다. 내 인생의 중요한 결정의 순간도 아닌데 그런 상황에서 스트레스받지 말고 그냥 좋게 좋게 넘어가야겠구나. 굽힌다고 해서 진짜 지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막상 일상 속에서 그 생각을 지켜나가는 것은 밀가루를 끊는 것만큼이나 어렵더라. 불쑥불쑥 올라오는 불편함. 나도 아직 멀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