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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Jun 30. 2020

2020년 상반기 끝, 나는 뭐하면서 살았지?

2020년 상반기 결산

지금까지 2020년을 살아온 만큼 또 살면 2021년이라니. 뭐하면서 살았지-푸념하는 것은 연례행사인가 보다. 올해도 뭐했는지 모르게 상반기가 끝났다. 분명 이것저것 한 것 같은데 뭐하고 살았는지 모를 때는 글을 써 보면 하나 둘 잠겨있던 기억들이 물 위에 뜨는 비치볼처럼 동동- 떠오른다. 바로 지금이다.




상반기 내내 인스타그램에 매일 사진을 올리고 글을 썼다. 이보다 상반기를 빼곡히 채운 것도 없다. 

퇴근 후 집에서의 모든 일과도 마친, 온전한 자유시간인 방금 1월부터의 기록을 봤다. 시작은 작년 연말에 다녀온 유럽여행이다. 사진들을 보정하느라 영상을 만드느라 바쁘게 새해를 시작했다. 그 여행은 유독 여운이 길다. 가져다준 것들이 많아서일까. 덕분에 여행에 미치다 SNS에 노출되는 작은 소원을 이뤘고, 브런치에서는 하나의 만족스러운 매거진을 완성해낼 수 있었다. 경험은 기본. 운영 중인 유튜브에도 든든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 이후로는 다양한 브랜드들과 협업하며 지냈다. 제과, 레스토랑, 전자기기, 건강식품, 서비스 등 작년에 비해 확실히 빈도 수가 높아졌다. 덕분에 종목별로 리뷰를 어떻게 풀어가면 될지 고민하는 기회도 많아졌고 직업인 콘텐츠 기획자로써의 실무 능력에도 은근슬쩍 도움이 된 듯하다. 회사 외에도 이런 기회를 원하면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항상 감사하다. 

블로그라는 채널을 7년 넘게 운영하다 보니 일명 '블테기'가 왔었다. 다시 0으로 돌아간다면 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고 목적도 의미도 없이 기계처럼 포스팅을 올린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만두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와 버린 계륵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쯤 그 어두운 터널 밖으로 나를 이끌어낸 것이 '협업'이었다. 뫼비우스의 띠 같은 루틴을 벗어나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를 쓰게 했고 그렇게 블테기를 벗어났다. 


그리고 시작된 코로나. 2월부터 SNS에 코로나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재택에서 주3근무로. 주3근무에서 휴직으로. 2월부터 현재까지 정상 근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나 오래됐구나. 세계적인 이슈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다는 이유로 출근한 오전부터 짐을 싸서 다시 나와야 했고, 월급이 삭감되고, 근무일이 줄고, 출근을 안 하니 하루 일과에 변화가 생기고 그로 인해 커리어를 고민하게 되고. 아침마다 출근할 때 마스크를 챙겨야 하는 것 훨씬 이상의 답답한 기분이 내 옆에 붙었고 그 기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적응한 것처럼 살지만 목에 걸린 먼지 같다. 자꾸만 잔기침이 나온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그 안에서 내가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건강한 식습관 프로젝트를 시작해 작년 여름에 입었던 바지들이 모두 커졌다. 음식에 생각을 더하니 영원히 칼도 들지 않을 것 같았던 난생처음 소모임에 들어갔고 세상에 귀를 기울이고 미래를 위해 공부하는 분들과 대화해보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새로운 음식들로 갤러리를 채웠고 따릉이에 흠뻑 빠져 매일같이 대여하기도 했다. 

지리산 등산도 했고 남도바닷길 여행으로 순천, 광양, 보성을 다녀왔고 템플스테이도 했고... 엄청 돌아다녔는데? 여행덕후라면 응당 가지고 있어야 할 역마살도 제대로 발휘했다.

외부에서는 좌절하라고 했지만 나는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사실 요즘 나태한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만두고 싶고 눕고 싶고 먹고 싶고 하기 싫고. 그러면 안 된다는 마음을 짜증내면서도 붙잡으며 버티는 순간들이 많았는데 아 역시 정신 차리기에는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것이 최고다. 더 열심히 살고 싶고 더 지체 없이 시도하고 싶다. 

언젠가 서서히 잠길 지금의 순간들을 2021년에 다시 꺼내들 때 '작년에 열심히 움직였구나' 생각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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