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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Apr 01. 2021

무작정 경험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내가 지금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지난주 어느 날, 동생 방에서 아빠가 했던 말씀이 자기 직전에 문득 떠올랐다.
"요즘 친구들은 그게 참 좋은 것 같아.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도전을 해."

"내가 뭘 잘하는지 항상 생각해야 일을 오래 할 수 있어. 그냥저냥 주어진 대로 일하다 보면 금방 지치고 오래 일 을 못 해."

늦게까지 이어지는 회식과 주말 근무 등으로 가득한 회사에 몸 바쳐 일하는 게 당연했던 시대의 당사자였던 아빠의 아쉬움이 담긴 말이었다. 그래서 당신의 두 딸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요즘은 그렇게 살기도 어렵다는 '잘 먹고 잘 사는 삶'을 바라는 마음이기도 했다.

나 또한 하필 이 시기에 여행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 자주 떠올리는 생각이다. 그래서 더 강렬하게 각인된 느낌이다. 매일같이 고민한다.

'내가 잘 하는 것이 뭐가 있지?'
'앞으로 배우고 싶은 것은 뭐지?'
'남들에게 줄 수 있는 가치는 뭐가 있을까?'

올해 쓰기 시작한 다이어리에는 내가 지금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흔적이 많이 적혀있다.


코로나 전까지는 이런 생각보다는 경험에 초점이 맞춰 있었다. 이전의 시간들은 '무작정 경험이면 OK'인 마음이 커서 실제로 휴지 인턴이든 열정 페이든 몸이 고생하거나 돌아가는 방법을 택해도 괜찮았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 여겼고 성과가 어찌 되든 '경험했으니 됐어'라는 마음이 컸다. 물론 지금도 경험주의자로서 이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생각이 좀 더 마음을 반 이상 차지하고 있다.

요즘은 선택과 집중을 하고 싶다.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하더라도 꼼꼼하게 전략적으로 진행하고 싶은 욕심이 더 크다.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해보고 아님 말고의 정신으로 시작하지만 하기로 했으면 제대로 해보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 도전들이 가급적 내가 잘 하고 싶거나 잘 할 수 있는 것의 연장선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자꾸 고민한다. 내가 지금까지 잘 해온 것들에서 플러스알파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혹은 내가 해 온 것들을 좀 더 남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보완할 것은 없을까.


어쩌면 계란 한 판이 다가오는 나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조급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 직장이 불안정해지고 그 시간이 반년을 넘기고 예전처럼 새로운 것을 하지 못하고 계속 반복되는 루틴만으로 시간을 보내는 기분이기 때문이다. 쉬는 것도 자산이 증식되고 새롭게 무언가를 계속해야만 더 만족도가 높고 쉬는 시간을 다채롭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하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특히 서른 살의 의미는 많은 사람들이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듯 나에게도 꽤 어른스러운 나이였다. 안정감있는 나이랄까. 그런데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조급할 만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자꾸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조급함에서 탈피 하고싶은 발 놀림이기도 하다. 혹시 아빠가 이런 나의 근황을 알아차린 것일까?


아빠의 말을 생각하며 다이어리에 오늘도 질문을 던지고 답했다. 매번 수정되고 취소하고 다른 답을 쓰듯 오늘도 새로운 문장을 여러 개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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