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지향적인 성격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갈 기세처럼 계속되고 있다. 초등~중학생 때는 피아니스트와 전업 작가, 고등학생 때는 방송작가, 대학생 때는 호텔리어와 마케터... 언제나 되고 싶은 존재가 있었다. 반드시 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아득한 목표가 주어진 인생에 최선을 다하게 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꿈은? 지금 바라보고 있는 꿈은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다.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사는 것에서 초점을 두고 있는 단어는 '혼자'다. 자립에 관심이 많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혼자서도 의연하게 때로는 용감하게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구를 걷고 사람들과 대화하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먹고 싶은 것을 먹는 모든 행동을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 말이다.
자립(自立): 남에게 예속되거나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섬
남들보다 빠르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일찍 알게 됐다.
'능력이 없으면 결국 누군가에게 삶을 조종당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좌절할 일이 많아질 수밖에 없구나.'
매사가 그랬다. 확신을 가질 만큼 잘하는 일이 없어서 상사의 갑질이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떤 주장도 할 수 없었고, 가진 돈이 적어 갖고 싶은 것을 참아야 했고, 자신이 없어하고 싶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모든 것이 시작이었던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당당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당당하지 못한 사람이 자유를 얻지 못하는 건 옳고 그름을 떠나 현실이다. 설령 뜯어고쳐야 하는 그릇된 세상일지라도 뜯어고칠 힘을 갖출 때까지는 수긍하며 살아야 한다. 결국 또 같은 결론이 나온다. 눈에 보이는 것이든 아니든 많이 가져야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
물론 세상을 뜯어고치는 영웅적인 자리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회사나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내 삶을 채울 수 있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면서도 이는 단순히 부자가 되고 싶다는 금빛 소원은 아닌, '실력'이다.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창구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 과정에 필요한 디자인 작문 촬영 편집 능력, 어느 세상에서도 쑥스러워지지 않는 언어에 대한 자신감, 논리적으로 자신을 설명할 수 있을 말 주변 등이다. 결과에 필요한 돈은 그 뒤에 알아서 쫓아오겠지. 오히려 불안하지 않다.
훗날 그런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매번 고민해도 답은 명쾌하다.
'오호라. 해보고 싶은데?'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시도해서 나한테 맞는 옷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깊이 공부하고 세상에 표현하다. 이 일련의 과정을 반복한다. 그게 기존에 하던 것의 확장일 수도 있고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블로그를 중심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포트폴리오를 채울 수 있는 창구를 십 년 동안 여러 개 만들었다. 이 로드맵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꼭 이 경험이 아니더라도 많은 퍼스널 브랜딩 유튜버분들이 같은 말을 하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해시태그를 많이 만들면 되는데 이 로드맵을 한 바퀴라도 돌리려면 우선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 경험이야말로 아끼다 똥 되더라. 나중이란 없기도 하고, 혹여 있어도 몇 배로 불어난 리스크와 시간 그리고 돈을 떠안아야 한다. 필자에게 교환학생이 그렇다. 가고 싶으면 어쩔 건가. 대학 졸업한 지가 몇 년인데. 반대로 제주 한 달 살기와 유럽 크리스마스 여행은 그때 가서 참 다행이다. 항공권 가격으로 보나 시간으로 보나 다시 기회를 잡기란 다시 대학을 가서 교환학생을 갈 확률만큼이나 미비하다.
잘 아는 만큼 조금이라도 해보고 싶은 것들을 적었다. 마치 김영하 작가님이 적어둔다는 '절대 쓰지 않을 이야기들' 목록처럼 편하게 적으니 여덟 개가 나오더라. 여기에는 책 출판하기, 디지털 드로잉 같은 업과 관련된 것도 있고 장구나 도예 같은 라이프스타일에 속하는 것도 있다. 올해는 이 여덟 개를 한 번씩이라고 건드리는 게 목표다. 여기서 몇 개나 나한테 맞는 옷일지 알 수 없지만, 자립하기 위해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연습을 부단히 하려 한다.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과정 또한 자립이라는 거다. 자립하기 위해 자립한다.
성격은 몇 년째 INFJ를 못 벗어나고 있고, 직장에서 혼자 일을 그르치면 그렇게 '나는 이 직업이랑 안 맞나 봐' 징징댄다. 최근 몇 달간 특히 깨달았다. 나는 개복치라는 걸. 조금이라도 수가 틀리면 바위에 머리 박고 죽을 사람이구나. 개복치에게는 물아일체로 흐르는 물결에 몸을 맡기며 수긍하는 삶을 사는 것이 훨씬 정신적으로 덜 고통받는 방법이겠지만, 독일의 시인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말했다.
'죽은 물고기만이 물결을 따라 흘러간다'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다가 바위에 머리를 처박는 물고기는 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