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도전하고 싶은 일과 지켜야 할 일 그리고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 사이에서 생각을 거듭하고 있다.
경험 주의자답게 하고 싶은 일을 적으면 끝이 없다. 전시 공간 기획, 시리즈 콘텐츠 에디팅, 팀 프로젝트, 등산과 트레킹 등.... 며칠 전에는 뉴스레터 에디터 면접도 봤다.
유지해야 할 일들도 많다. 주 5일 출퇴근, 블로그 1일 1포 스팅,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 카카오뷰와 그라폴리오 운영, 뉴욕 여행 시리즈 영상 제작, 정기적인 출사, 러닝 등이 대표적이다. 아무래도 운영하고 있는 개인 채널들이 많아 장기 레이스로 달려야 하는 것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 또한 존재한다. 다년간, 능률을 좋은 상태로 유지하려면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하는 사람인지 실험한 결과,
1. 7시간의 수면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2. 계획한 일이 늘어지거나 변수가 발생하면 불안하거나 답답한 감정을 안고 일상을 지낸다
3. 그렇다고 계획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집중하지 못한다.
4. 해가 뜨면 피곤해도 일단 일어나야 보람찬 하루라고 생각한다. 이는 추진력에 도움이 된다.
한계치를 높여보고자 영양제도 꾸준히 챙겨 먹고 많이들 추천하는 운동도 매일 하고 덕분에 러닝에 입문했는데 km당 8분 30초가 7분이 되고 2.6km가 5km가 된 지금 시점에도 네 가지는 최소한의 선이 되고 있다.
지금은 그냥 나라는 사람이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남이 나에게 맞춰주기를 기대하지 않듯이 나라는 존재를 괴롭히지 않는다.
그러면서 생기는 문제. 24시간이 모자란다. 모든 것을 충족시켜줄 수 없다. 한 번에 와르르 쏟아 넣고 다 흡수하고 싶지만 영양제도 한 번에 잔뜩 입에 털어 넣고 삼키는 게 건강에 도움되지 않듯이, 하루에 모든 것을 쑤셔 넣을 수 없다.
본래 뭐든 오래 고민하는 성격이 아니다. 깊게 고민하면 머릿속이 하얘져 단순함을 지향하기도 하고 '고민보다 GO'라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 '선택'이라는 단어에 초점을 두는 순간이 드물다.
잘못 선택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과거에 비해 크지 않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뭐라도 얻는 게 있고(다시는 이런 똥을 밟지 말자 등..) 당장은 미약해도 훗날 창대해질 수 있다는 걸 이미 경험했으니까. 불행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일단 지지부진하게라도 유지한다. 이런 태도는 모든 것을 다 안고 가게 한다. 하나는 버리고 하나는 가져가는 선택이라는 것 자체가 잘 없다.
그런데 한동안 이 '선택'이라는 단어를 자주 꺼내어 생각했다.
선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수단을 의식하고, 그 가운데서 어느 것을 골라내는 작용
도전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일 그리고 건강한 정신 체계를 저울 위에 올렸을 때 어느 정도로 균등하게 배분해야 저울이 수평해질까. 일단 수북이 저울 위에 올려놓기는 했는데 이후가 멍-하다. 해야 하는 것들은 이왕 하는 거 잘 해내고 싶은 욕심과 하고 싶은 것도 충분히 즐기고 싶은 다른 종류의 욕심의 타협은 쉽지 않다.
해보지 않은 건 언제나 어색하다. 뭘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 거지.
어떤 것도 저울 밖으로 빼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연히 만난 영상이 앞서 올린 장면들이 포함된 유튜브 영상이다. 듣똑라를 통해 알게 된 이현 기자님 인터뷰 영상인데 주제는 경제였지만 나에게는 현 상황에 대입시킬 수 있는 문장을 발견한 영상으로 기억될 것 같다.
[어떤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선택을 하면 (어떤 것은) 포기해야 하는 가치에 대해서 그게 나한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 가치인지 잘 따져봐야지 선택을 잘하는 어른인 거고..(이하 생략)]
영상에서 말하는 건 계산적으로 살라는 말이 아니다. 어떤 선택을 할 때 각각의 의미를 생각하고 결정으로 넘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B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A를 선택하는 것은 A의 가치를 B보다 더 크게 본다는 거다.
'그냥' '그런 것 같아서'와 같은 걸로는 좋은 선택을 할 수 없다는 걸 집어 주고 있다. 단순히 'A 할래 B 할래?' 하나를 고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A는 나에게 어떤 의미이고 B는 나에게 왜 중요한지를 명확하게 아는 것부터가 우선이라는 걸 알려준 영상이다.
마치 내가 최적의 능률을 위한 컨디션을 알아내기 위해 다년간 이렇게 저렇게 시도한 것처럼.
도전하고 싶은 건 왜 도전하고 싶은지 해야 하는 건 정말 지금 꼭 해야 하는 것인지 오해는 없는지 그럼에도 해야 한다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길래 해야 하는지부터 서술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힌트로 얻었다.
무엇보다 어떤 선택 과정에서 중요한 건 선택뿐만 아니라 그 안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포기' 혹은 '보류'에 대해서도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 아차-싶은 구간이었다. '포기해야 하는 가치'라는 문장이 특히 마음에 남았다.
나는 어떤 걸 잠시 내려놓고 어떤 걸 지켜야 할까?
어떤 선택을 하든 '나쁜 결정'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선순위가 있을 뿐이고 아쉬움이 생길 뿐이다. 모든 걸 안고 갈 수 없다는 게 확실한 상황 속에서 선택을 잘하는 어른이 되기 위해 하나씩 빼고 더하며 저울의 높낮이를 수평으로 만드는 것처럼 오늘도 이렇게 저렇게 시도하고 있다. 잘 골라내는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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