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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Nov 07. 2022

원래 넌 아무것도 아니란다

뉴스레터 운영을 시작하는 마음가짐

무언가를 0부터 시작할 때 항상 생각하는 글귀가 있다.

원래 성인 되고 취미든 일이든 새로운 뭔가를 하면서 제일 힘든 건 조팝인 자신을 참는 일이다. 어디서 본건 많아서 눈은 높은데 초보니까 당연히 조팝이지. 조팝인 자신을 참을 항마력만 있다면 우리는 새로운 세상에서 얼마든지 헤엄칠 수 있다. 자신을 좀 용서해 주렴. 원래 넌 아무것도 아니란다.
-트위터 @윤사과-

피아노 악보에 쓰여있는 계이름도 생각나지 않아 한 마디를 완주하는 것도 어려울 때가 있다. 이론 수업을 받다가 아무리 10년의 공백이라지만 내가 이렇게까지 실력이 형편없어졌다는 사실에 부끄러워질 때가 있다.

매일 저녁 공원을 뛰어도 어느 날은 한 발짝을 내딛는 행위 자체가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동작도 엉거주춤 춤인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럴 때면 생각한다.

'그래 난 원래 아무것도 아니야. 잘하려고 하지 말자. 하기만 하는 거야'

잘해야 한다는 혹은 남들처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는 순간 스트레스를 크게 받아 가차 없이 포기하는 성격의 소유자는 이렇게 느슨한 마음가짐을 통해 시도를 실력으로 만든다.


이번에 시작하는 뉴스레터 <뚜벅이는 레터> 프로젝트도 몇 주간의 고민이 있었다. 블로그 유튜브 브런치 등 건드리고 있는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커서 뉴스레터까지 건드리는 게 맞는지 걱정이 됐다. 뉴스레터는 다른 채널과 다르게 정기적으로 마감이 있는 일상을 살 수밖에 없다. 다른 채널들은 비정기적으로 생활 리듬에 맞게 발행할 수 있지만, 뉴스레터는 매거진과 같다. 직장인이 마감 있는 프로젝트를 하는 건 분명 부담이니까.

하지만 걱정과 동시에 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뚜벅이 여행자들을 위한 정보가 생각보다 특정 지역에 쏠려있다는 현실. 하지만 정보가 잘 없는 곳도 시도하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반전. 경험으로 체득한 사실을 반영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당연히 시간도 자차나 렌터카보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환승 등으로 불편함도 크지만 그럼에도 여행을 포기할 수 없는 뚜벅이 여행자들을 위한 콘텐츠는 분명 필요하다.  

예 아니요 사이에서 몇 주간 고민하다 나이키의 키 카피 같은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 Just Do It! 일단 해보자.


아무리 사전 조사를 해도 일단 시작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생각보다 소재 취합이 어려운 점. 에디팅 프로그램이 원하는 기능들을 모두 갖추고 있지는 않다는 비극적인 깨달음. 보이는 것들은 대체로 자잘한 난제이지만, 아득해서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는 불명확함보다는 반가운 난제다.

분명 N번을 살펴봐도 오타는 나올 것이고 때로는 아무리 취합하고 편집해도 성에 차지 않을 거다. 마감에 시달려 퇴근 후 밤까지 부여잡고 있는 날도 있을 거다. 그럴 때면 이게 무슨 사서 고생이냐고 투덜거리기도 하겠지. 그야말로 우당탕 와당탕 운영하게 될 미래가 눈에 훤하다. 블로그를 10년 넘게 운영하면서 겪은 모든 순간이라 확신할 수 있다.

하지만,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그랬듯 또 주문을 외울 거다.

[나는 원래 아무것도 아니니까 부담 갖지 말고 일단 하자]

반듯한 회사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처럼 체계적이고 완벽한 결과물을 내지는 못하는 미약한 시작이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계속 붙잡으면 반드시 끝은 창대해질 뉴스레터다.




▼ 뚜벅이 여행을 위한 뉴스레터 <뚜벅이는 레터>는 매월 둘째 주 그리고 넷째 주 목요일 오전에 구독할 때 남겨주신 이메일로 발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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