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뉴욕은 강아지(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가?) 종류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다양하다. '이런 종이 있다고?'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 강아지들이 매일 새로 등장한다. 도시 자체가 강아지 대백과사전이다. 강형욱 선생님이 오시면 사랑에 빠질 도시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다들 어디서 이런 종을 알고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걸까. 귀엽다는 생각을 넘어서 현지인들과 반려동물과의 연결고리가 궁금해졌다. 저렇게 큰 강아지들을 집 안에서 어떻게들 키우는지도 궁금하고(뉴욕은 대체로 집 평수가 작던데... 심지어 방음도 최악이다).
그리고 매일 생각한다.
'애견 관련 미국 주식을 사야겠어. 절대 죽지 않을 사업 분야다.'
2. 한국인들 사이에서 언급되는 3대 베이글집을 벗어나 새로운 베이글 맛집을 뚫었다. 이름도 무려 'BTS'다(아미 소리질럿!). 이름을 풀면 'Bagle to Sandwich'다. 테이블이 두 개밖에 없어 취식은 30분 제한을 두고 있는 아주 작은 가게인데 어떤 베이글이든 쫄깃하다. 한 동안 여기에서 점심 먹어도 될 것 같을 정도로 또 먹고 싶은 맛이었다. 레인보우 베이글도 도전했는데 파란색이 너무 시퍼런 색이라 '음식에 이런 색을 넣다니'싶었는데 먹으면 또 으헤헤 맛있어라. 월넛&레이즌 크림치즈도 최고다.
추측인데 이 가게 사장님이 한국인인 것 같다. 매장에 매번 한국 노래가 나온다.
3. 미국여행하면 팁 문화를 많이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팁을 안 내고도 먹을 게 많다. 현재까지 팁 한번 안 내고 잘 지내고 있다. 하다못해 세븐일레븐 핫도그까지 맛있는 곳이라 식당을 갈 틈이 없다. 뉴욕이 생각보다는 가난한 세계여행자가 지내기에 무난한 곳일지도. 아, 물론 생활용품 빼고. 치약을 두 개에 만 원 주고 사본 적이 없는데.... 미국인 시점에서 생각하면 이렇게까지 비싸게 느껴지지는 않을 텐데 그 시점을 갖는 게 미션 임파서블이다.
4. 여행을 다니는 와중에도 틈틈이 책을 읽고 있다. 한국에서는 '역시 나는 종이책이 좋아'하며 전자책을 배척하더니 타지에 와서는 전자책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안도하고 있다. 책을 읽고 싶을 때 못 읽는 게 생각보다 많이 괴로운 일이다. 특히 한국어가 보이지 않는 해외에서는.
이번주 월요일에 '사장학개론'을 다 읽고 지금은 '컨셉수업'을 읽고 있다. 사업 관련 책을 자꾸 읽는 이유는 요즘 내 관심사가 그쪽에 쏠려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3. <유 퀴즈 온 더 블록 - 최민식 배우편>이 드디어 온에어됐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기사가 떴을 때부터 기다렸던지라 "드디어 볼 거 생겼다 야호!" 하며 빠르게 봤다.
딱 이렇게 늙어가고 싶다. 나이는 들었지만 나보다 어린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알고 유쾌한. 자기가 하는 일에도 충분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 멋지게 나이 든다는 건 딱 이렇게 늙는 걸 말하는 게 아닐까. 보면서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나이 들어왔을까' 생각하고 다짐하게 하는 영상이었다.
*TMI. 티빙으로 풀버전을 보면 좋겠지만 티빙은 해외에서 접속 불가다. 너무해...
4. 워킹투어 가이드님 덕분에 알게 된 백예린의 <Im in love>. 가이드님께서 사랑에 빠진 감정을 너무 잘 표현한 노래라고 크게 감탄하며 추천해 주셨다. 같이 들을 때는 공감보다는 뉴욕의 낭만을 극대화시켜 주는 BGM정도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혼자 이어폰 끼고 들어보니 멜로디가 사랑에 빠진 기분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자주 듣고 있다. 세계여행 다니면서 들을 플레이리스트가 이렇게 또 풍족해진다.
5. 그리니치빌리지에 있는 어느 카페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가게에 들어왔을 때 처음 눈이 마주친 젊은 남자가 있었는데 내가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 나를 계속 쳐다봐서 신경 쓰였다. 내 일이나 하자며 무시했는데 자기 나갈 때 돼서 갑자기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여기 근처 사냐고 묻는 것 같았는데 뭔가 관상이 계속 무서웠어서 "Sorry. My English is not good"을 시전 했다. 영어 못한다고 말하는 게 은근 마법의 문장이다. 괜찮다면서 바로 가게를 나가더라.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