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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Feb 27. 2024

[#3. 단상집] 뉴욕에서의 마지막 단상

이번 뉴욕 미술 여행에서 새로 반하게 된 반 고흐 작품


1. 뉴욕을 떠나기로 했다. 에어캐나다에 전화해서 항공권도 일정 변경하고 숙소도 후딱 바꿨다. 많은 세계여행자들이 이집트 다합을 세계여행자의 지옥이라 부르는데 나에게는 뉴욕이 그런 곳이다. 일하지 않아도 되는 부유함이 있다면 세계여행을 관두고 비자가 허락하는 날까지 뉴욕에 있다가 한국으로 갈 거다(일하는 건 타지도 다 똑같다. 이제 그만...). 그 정도로 뉴욕의 진취적이고 자유로움이 마음에 든다. 그 누구도 눈치를 보지 않고 나 역시 눈치보지 않아도 되는 도시. 그래서 더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도시. 이민자들의 도시다운 다채로움 속에서 당당함이 무엇인지 배웠고 앞으로 하고싶은 일과 영감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심지어 책마저 잘 읽히는 도시다.

언제나 기분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도시가 한결같이 좋을 정도면 인생 도시라 할만하다.

다음 번에는 좀더 넉넉한 지갑으로 오자. 이왕이면 미주를 두루두루 돌 수 있는 여행으로 오고싶다.


2. 뉴욕에 있는 동안 팁을 한번도 안 냈다. 다른 도시에 있을 때보다는 지갑을 자주 열었지만, 그 와중에도 돈 아껴보겠다고 팁 내야하는 식당은 가지 않았다. 아침식사는 마트에서 해결했고 점심은 조각 피자 베이글 패스트푸드 편의점을 즐겨 찾았다. 저녁은 안 먹었다.

그래도 먹고싶은 건 다 먹었다. 특히 칙필레는 못 잊을 거다. 이제 한국가면 맘스터치 못 먹는 거 아닐까(라고 하고 또 먹어지겠지만). 떠나기 전에 한번 더 먹고 가야지!

뉴욕에서 부렸던 가장 큰 사치스러운 음식은 고작 쉑쉑버거다. 쉬룸버거에 치킨 바이트 6조각짜리 그리고 코크 다이어트를 주문하니 $20가 나왔다. 평소 아껴 먹을 때 $5~$6 사이가 나오는데 정말 사치 오브 사치 아닌가.

*인솔 지원 나가면서 알게 된 건데 관광 오신 다른 한국분들은 하루에 적어도 $80~100은 쓴다고 한다. 세끼 다 나가서 팁 내고 사 먹는 경우가 많아서.


3. 마지막으로 뉴욕 현대 미술관과 메트로폴리탄을 다녀왔다. 뉴욕에 있는 동안 뉴욕 현대 미술관은 총 세 번, 메트로폴리탄은 두 번을 다녀왔다. 반 고흐의 <별의 빛나는 밤에> <자화상>과 앙리 마티스의 <춤> 그리고 에드워드 호퍼의 <주유소> 모네의 <수련>을 집 근처 도서관 가듯이 가서 본 건 큰 행운이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그림을 기억하고 싶어서 이번주에는 무지 노트와 뉴욕 문구점에서 산 블랙윙 3B 연필을 들고 가서 작품을 보며 따라 그렸다. 그리면서 요소를 어떻게 배치해야 안정감이 드는지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작품을 따라 그리는 게 마치 글을 필사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구나! 여행 다니면서 미술관 가면 하나씩 따라 그려봐야겠다.


4. 여행 온 어느 한국분이 "여기 홈리스가 몇 년 사이에 엄청 많아진 것 같아요" 말을 건내셨다. 엇. 나도 그 생각한 적 있는데. 2년만에 다시 온 나도 홈리스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생각했는데 6년만에 오셨다니 오죽할까. 미국도 경기가 많이 어려운 것 같다. 물가 상승률을 못 견디고 길거리로 나온 분들이 많다.

어느 도시든 오래 머물면 어두운 면도 자연스레 알게 된다.


6. 파리바게트를 가봤다. 빵은 평균 $5~6대인데 한국 브랜드인데 왜 뉴욕이 더 바삭하고 재료도 많이 쓰고 그런 거죠? 황당하면서도 맛있어서 이틀 연속으로 사 먹었다. 특히 패스츄리 종류를 바삭하게 잘 만든다. 심지어 한국에는 없는 빵. 이쯤되면 파리바게트를 미국 브랜드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닐까.


7. 브로드웨이 공연인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를 봤다. J.K 롤링이 무대 연출 및 제작에 참여했다더니 연출이 신기할 정도로 마법 효과를 잘 표현했다. 시간 이동하는 것도 공중 전화 박스 안으로 사람이 빨려 들어가는 것도 지팡이로 싸우는 것도 디멘터에게 영혼을 빼앗기는 것도 영화와 똑같았다.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까지! 영어 실력이 바닥이 보이는 수준이라 스토리만 이해하고 자세한 대사들은 이해 한 게 많았는데도 배우들의 감정 연기에 동화되는 기분을 느꼈다.

2년 전에 <알라딘> 볼 때도 느꼈는데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하나같이 무대 연출이 놀라울 정도로 디테일하고 아무리 비현실적인 요소더라도 현실로 그대로 가져온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곳이 브로드웨이구나! 공연을 끝나고 브로드웨이 거리를 걷는데 거리가 달리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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