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을 시작한 지 98일.
editor. 윤슬
피스타치오 프라푸치노도 있다니
1. 미국 스타벅스는 커스텀이 상상 그 이상이다. 거의 내가 음료를 만드는 수준이랄까.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의 표본이다. 휘핑크림 종류도 다양하고 양도 선택할 수 있다. 음료 위에 올라가는 폼도 여러 맛이 있고 리프레셔 안에 들어가는 과일 외에도 다른 과일을 추가할 수도 있다. 딸기우유도 만들 수 있고 라테 위에 말차폼을 얹을 수도 있다.
커스텀을 능숙하게 다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를 잘하지는 못해서 커스텀을 하고 싶을 때는 사이렌오더를 이용하는데 매번 신기하고 한국 가면 음료들이 심심하다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2. 현지인들은 커피를 잘 안 마신다. 한국 스타벅스는 아메리카노와 라테류가 메인인 것 같은데 여기는 프라푸치노와 리프레셔가 가장 흔하다. 그래서인지 종류도 한국보다 훨씬 많다. 최근에 '파인애플 패션후르츠 리프레셔'를 마셨다가 단번에 반했다. 파인애플 칵테일맛이 난다. 파인애플을 좋아하면 무조건 마셔봐야 할 음료 Best1이다. 반한 와중에도 돈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게 참 아쉽다.
3. 여행하면서 선택지가 많아졌다. 내가 할 수 있다고 믿는 영역이 넓어졌달까. 예전에는 내 길이 아니라며 고민해 보는 시간조차 갖지 않았던 것들도 '해볼까?' 가능성을 두게 됐다. 이런저런 선택지를 펼쳐놓고 유연하게 사는 삶을 경험하고 있다. 어쩌면 이번 세계여행으로 얻는 가장 큰 배움일지도.
4. 반대로 가능성이 많이 두고 있었는데 대폭 줄인 것도 있다. 해외에서 직장인으로 일하는 것. 혼자 타지에 와서 장기간 사는 건 지극히 외롭고 어려움이 많다는 걸 인지하게 됐다. 도피성으로 나라를 옮기면 더더욱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에 좌절하게 된다는 걸 이해하게 됐다. 지구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사는 것도 돈 버는 것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괜히 영화 <미나리>에서 슬픔이 느껴지는 게 아니다.
5. 영어도 가까이할 겸, 새로운 미드를 오랜만에 보기 시작했다. 스티븐 연에게 골든 글러브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한 <성난 사람들(비프)>를 보고 있다. 꽤 나와 겹치는 취향이 많아 몇 년째 신뢰하는 유튜버가 있는데 그분이 추천해서 보게 됐다. 화를 참는 초반 연기부터 미쳤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신랄한 연기 덕분에 재미있게 보고 있다. 여러 얼굴을 안고 사는 현대인의 초상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라는 게 현재까지의 시청 소감이다.
6. 여기에서도 속은 알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이런 류의 얘기를 학생 때부터 많이 들었다. 겉으로는 항상 나이쓰한테 속으로는 생각이 굉장히 많을 것 같다나. 어떻게 알았지? 관상도 외강내유형 관상인가.
요즘도 생각이 많다. 다른 나라로 갈까 말까.
나는 이 도시가 너무 좋은데 이제 짧은 텀으로 여러 도시들을 여행하고 싶기도 해서 고민이다. 어쩌면 뉴욕의 봄을 못 보고 떠날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것도 여러 가능성을 펼쳐두고 있네?
*여행자는 무슨 생각을 하며 여행하는지 궁금한 분들께 하나의 예시를 전하려고 이 시리즈를 만들고 있습니다만, 다른 이유로는 여행하면서 얻은 인사이트나 음악 · 미디어 등 콘텐츠들을 추천 혹은 공유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일상이 여행만큼 다채로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으니 참고하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