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뚜벅이는 윤슬 Mar 11. 2024

[#5. 단상집] 실력이 있어야 멘탈도 강해질 수 있다

퀘벡 마지막 날 본 일몰


1.

퀘벡은 주 언어가 불어다. 토론토에서 온 나로서는 신기하면서도 문득문득 난처해질 수밖에 없었다. 영어를 부수적으로 적어두지도 않기 때문이다. 버스 안내 방송도 전광판도 가게 직원도 심지어 호스텔 안내판도 오직 불어뿐이다. 가뜩이나 영어도 잘 못해서 기내 체크인 수속 밟을 때마다 '제발 뭐 물어보지 마세요... 물어보지 마세요...' 주문을 외우는데 언어 때문에 머쓱해지는 상황들이 늘어났다. 버스 기사님도 저쪽에서 불어로 문 어떻게 열라고 말하는데 못 알아들어서 문도 못 열었다 하하(결국 기사님이 열어주셨다). 유일하게 스타벅스만 주문을 잘 받아주셨다. 한 번에 주문을 받아주시니 감사하다 못해 감동받았다.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외국어를 할 줄 알면 더 넓은 세상을 유영할 수 있게 된다- 외국인 친구를 사귈 수 있다- 등 장점이 많은데 당장 나에게 0순위 이유가 된 건 그저 당당해지고 싶다. 눈치 그만 보고 싶어! 언어를 못하니까 작아지는 순간이 많고 눈치만 늘어간다. 눈치로 뭐라 하는 건지 해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다가 지난 연말에 멘탈이 바사삭 반으로 쪼개져 한동안 우울했다. 물론 부수적인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언어로 인한 지침이 큰 몫을 했다. 도시 이동도 그만하고 싶고 혼자 있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30년 동안 언어 하나 통달하지 못한 나에게 화가 나는 그런 시간이 있었다.

지금은 조금은 할 줄 아는 문장이 늘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다- 놔 버렸는데 그래도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을 때면 기분이 초라해진다.

그 와중에 이대호 유튜브 채널 영상을 보고는 크게 '맞아!' 공감했다.

실력이 있어야 멘탈도 강해질 수 있다. 외국어에 그리고 회화에 공들여야 하는 이유는 멘탈 강화를 위해서다. 장기여행자에게는 이것보다 더 큰 이유는 없다.


2. 

지금은 퀘벡을 떠나 스위스에 와 있다. 도시파 여행자도 "오 멋지구먼" 감탄하게 하는 설산과 에메랄드색에 하늘색을 좀 더 넣은 푸른 호수를 삼일째 보고 있다.

문득 스위스 사람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풍경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테니까. 내가 사는 한국의 동네 풍경이 당연하게 느껴질 때가 많은 것을 보면 나는 스위스에 살아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산 위에 눈이 쌓여 있는 게, 요정의 호수 같은 빛깔이 다 신기해 보임에 안도하게 된다.


3.

여행 다니면서 보는 영상은 딱 두 가지다. <맛따라 멋따라 대명이따라>와 <최강야구>. 둘 다 보고 또 보고 재탕에 가깝다. 특히 채널십오야에서 하는 <맛따라 멋따라 대명이따라>는 한국에 가면 먹을 음식 리스트에 큰 일조를 하고 있다. 굉장히 클래식한 음식들과 호불호 갈릴 맛집을 다룬다는 게 요즘 푸드 콘텐츠들과 차별화된 포인트다. 계속 신메뉴와 자극적인 혹은 인스타 맛집, 비주얼 음식을 다루는 푸드 콘텐츠판을 뒤집어 놓으셨다(실제로 유튜브 인급동에 올라 정식 시리즈가 됐다)!

무엇보다 메인 화자라 할 수 있는 김대명 배우의 맛표현이 작가다. 어떻게 저런 비유를 하지? 볼 때마다 감탄한다. 말을 너무 잘하셔서 예상치 못하게 다채로운 표현 예시도 집중해서 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영업 차원의 1화를 짠!


4.

현재까지 한국 가면 먹고 싶은 것들.

닭볶음탕

비빔밥(feat.많은 나물)

한국식 치킨(뿌링클 가격 올랐다면서요;;)

국밥

그리고 <맛따라 멋따라 대명이따라>에 나온 맛집들.

KFC라도 가고 싶은데 어디서 먹을 수 있으려나....

현실은 강제 빵수니다.

이렇게까지 빵 실컷 먹는 시기도 다신 없을 테니(?) 복이라고 생각하자.


5.

여행하면서 일하는 게 힘에 부친 지 N주차. 오늘도 마음이 불편해서 침대 위에서 한참을 일했는데 허리가 아파서 이것도 자주는 못 할 것 같다. 허리디스크 생길라...

진짜 많은 건지는 모르겠는데 하고 있는 일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뉴스레터 격주로 보내. 기고 원고도 격주로 써야 해. 블로그도 매일 발행해야지. 영상도 만들어야지. 브런치도 써야지. 사진도 매일 찍은 거 편집해야지. 노션 가이드 자료도 만들어야지.

그런데 이게 여행이랑 병행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직장 복귀해도 병행이 어려울 것 같다. 이 와중에 콘텐츠 사업도 하고 싶고.... 이렇게 여러 개 일 벌이는 분들은 어떻게 시간 그리고 멘탈 관리를 하시나?

뭔가 대대적인 가지치기가 필요할 것 같다. 마음먹고 몇 개는 포기를 하던지 미루던지 묶던지 해야 할 것 같다고 오늘 막 다짐했다.








이전 04화 [#4. 단상집] 세계여행 제2막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