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의 콘텐츠팀에서 일하면 흔히 들리는 소리
이전에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여행사에서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수식어가 붙어봐야 사원이지만, 하는 일은 콘텐츠 기획자가 분명하다.) 여행의 틀 안에서 온라인 채널에 맞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데, 만들수록 느끼는 점은 맛집 콘텐츠는 영원불멸 효과 좋은 소재라는 점이다. 나도 그렇듯이 많은 사람들이 먹는 것에 큰 흥미를 느끼고 이왕 먹는 거 맛집에서 잘 먹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조회수가 잘 나온다.
이런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여행사에서도 수많은 음식 콘텐츠가 나온다. 맛집 소개, 꼭 먹어야 하는 현지 음식 등.
그만큼 국내외의 많은 음식을 다루다 보니 그리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도 없는 요즘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이 생겼다. 바로, 톡이나 말로 음식 콘텐츠 관련 업무를 할 때.
"17초에 족발무침이요-아 네. 그리고 호빵은-" 라며 통화를 하지 않나.
"점심식사는 점심식사라고 저장하면 되는 거예요?"
"메뉴가 뭔데요?"
"새우랑, 무슨 생선요리랑, 라면도 있고..."
이라며 맛집 고르듯이 대화를 나누지를 않나.
이런 대화가 웃기게 들리는 이유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지하게 오간다는 것이다. 통화로 저런 대화가 오가면, 심지어 조용한 사무실에 누군가 통화하면서 혼자 크게 말하면 듣는 사람들은 입 밖으로 웃음소리를 낸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는 음식을 말하는 일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한 팀원도 있었을 정도다.
하긴. 족발무침은 좀 어감이 그러니 나도 좀.
오늘은 음식 사진을 분류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함께 같은 일을 하는 선임님으로부터 어려운 질문을 받았다.
"염소불고기는 한식일까요 현지식일까요?"
베트남에서 찍은 염소불고기의 애매한 출처. 진지하게 생각해보다가 대답했다.
"음... 염소는 한국에서 안 먹으니 현지식 아닐까요?"
"그런데 사진만 보면 완전 불고기야."
아, 그러고 보니. 이건 누가 봐도 한식이다. 그런데, 염소를... 한식이라 하기엔 한국인으로서 별론대.
진지하게 의견을 주고받다가 옆에 함께 놓인 '짜조'를 근거로 현지식으로 두기로 했다.
그 대화를 지켜보던 다른 선임님이 킥킥대며 말했다.
"이거 그래도 17초 족발무침보다는 안 웃겨요."
쓰다 보니 문득 드는 생각인데 이런 걸로 회사생활에 흥미를 느끼다니. 웃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