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12월 연말 여행을 다녀오자마자 사진을 편집해서 구글 지도도 만들어 나눔을 시작하고, 블로그에 여행 포스팅을 매일같이 올렸고, 영상도 만들고 있다. 협업하는 브랜드에 제출할 원고도 챙기고. 덕분에 회사를 퇴근하고서도 작업을 하느라 늦게 잤고 주말에도 집수니 코스프레를 하며 노트북을 붙잡고 살았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밖수니를 집에 있게 하네-라고 주변 사람들은 생각했지만 아니다. 일이 회사일만큼 많아서였다.)
이 일들이 좋아하는 일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물을 수 있지만, 나를 피곤하게 하는 것임과 동시에 내가 좋아하는 일들이었다. 새로운 것을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짜릿한 일. 회사에서조차 요즘은 하지 못하는 일.
물론 줄어든 잠만큼 다음날 기상 시간이 힘들어졌다. 알람을 끄고 다시 자는 횟수가 늘었고 일어나는 것 자체가 지옥이다. 그럼에도 퇴근 후에는 어김없이 노트북을 켰다. 1시간 30분의 상대적으로 긴 퇴근시간이라 칼퇴를 해도 집에 도착해서 화장 지우고 가방을 풀다 보면 어찌어찌 시간이 달려가지만 그럼에도 매번 타이핑을 타닥거렸고 해야 할 것들을 리스트업 한 메모장을 매일같이 체크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치고는 회사 일만큼 기승전결이 있고 쌓여있었던 것 같다)
이런 과정을 1월 내내 하고 2월에 접어들면서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
'워라밸은 이런 것이구나.'
지금까지 워라밸은 퇴근을 빨리 하는 것. 개인의 자유시간이 있어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다가 일찍 자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워라밸의 관건은 퇴근을 빨리 하는 것과 잠을 충분히 자는 것에 달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집에 도착하는 시간과 무방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느끼는 행복감과 해야 하는 것을 하면서 느끼는 오만가지 알 수 없는 감정이 딱 균형이 맞아떨어졌을 때. 그것이 '워라밸'인 것 같다.
잠도 충분히 못 자고 칼퇴를 해도 남들이 30분 야근했을 때보다도 늦게 도착하지만, 해야 할 것들이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어 멈추기 어렵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꼭 결과물을 보고 싶으니까 과정에서 오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이겨내게 되더라. 그리고 결국에 결과물이 눈에 보였을 때의 쾌감. 역시 하길 잘했어!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체크해나가더니 따라오는 성과. 누군가 나눔을 신청한다던가 콘텐츠가 인기를 얻거나 고칠 것이 없는 원고라는 칭찬이 온다거나. 이런 순간들이 모이면 회사 업무 외에도 별도의 포트폴리오가 생긴다.
진정한 워라밸을 실행했을 때에 따라오는 것들이다.
평소에 싫어하는 것은 죽어도 못 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자주 해야만 하는 것들이 많은 회사가 나에게 맞는 것일까-를 고민한다. 이직을 고민한 적도 많았고 실제로 회사 앞에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토로한 적도 있다. 저 다른 회사로 이직해야 할까요? 여기는 제가 가고 싶은 길과는 너무 다른 회사인 것 같아요 엉엉.
또 미래에는 그런 날이 올지 모르겠으나 2020년이 들어선 이후로는 그 순간이 좀 잦아들었다. 꼭 내 길을 회사에서만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을 몸으로 시간으로 체감해서일까. 회사로는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퇴근 후에 충분히 채우고 있어서 마음이 만족한 것일까.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임상실험 기간이 너무 짧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 이 워라밸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