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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Mar 10. 2020

계획적인 여행들을 좋아합니다만

미리 여행을 설계하는 이유


여행 갈 때는 무조건 계획을 세우는 편이다.

지금도 자주 쓰는 메모 앱에는 과거의 여행 계획들과 미래에 떠날 여행에 대한 정보가 가득하다. 준비물, 예산, 각 일정들까지. 메모장 하나만 열어도 그 여행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꽤 체계적으로 여행 준비를 하고 있다.


실제 메모장에 있는 삿포로 여행에 대한 계획


이 메모 앱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여행 계획과 관련된 메모가 몇 년째 계속 누적되고 있으니 계획적인 여행을 다녀온지는 오래됐다. 

그럼 항상 계획대로 여행하고 오느냐고 묻는다면 물론 막상 떠나면 계획대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정이 촉박해 다음날로 미뤄지기도 하고, 날씨 등 여러 변수가 아예 못 가게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계획을 굳이 짜는 이유라면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미리 어떤 여행지들이 있는지, 숨은 맛집은 어디인지, 기념품은 뭐가 유명한지 어디서 사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 등 최대한 여행에 있어 당황스럽거나 아쉬운 구석은 만들고 싶지 않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엇 뭐야 여기 안 가봤어!', '이 기념품은 여기가 더 예쁜 것이 많았네-'와 같은 순간이 있을 때 남들보다 더 크게 실망하는 편인 탓도 있고, 가서 그렇게까지 당황할 필요가 없는 것에도 머릿속이 하얘지는 나의 성격 탓도 있다. 그런 것들을 꽤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이불 킥으로 소장하는 편인지라 여행에 대한 기억 자체가 자칫 부정적으로 남을 위험이 있다.

무계획으로 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다. 가볍게 가볼까 하는 마음에. 그런데 가볍지 않더라. 하루 전날, '내일 어디 가지?' 조사하는 시간도 여행의 일부인데 무언가를 찾아보는 데에 쓰는 것이 내게는 좋지 않았다. 밀린 방학 숙제를 개학 하루 전에 벼락치기로 하는 느낌이랄까. 마음이 불편해서 관뒀다.

종합해보면 여행이 완벽했으면 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 크기가 남들보다 큰 편인 것 같다. 어디로 떠나는 여행이든 결코 가벼운 여행은 없으니까. 간절함 끝에 도착한 그곳이니까 최대한 그에 비례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다.

무계획은 무계획만의 장점이 있고 계획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장점을 더 우선시 두느냐의 차이일 뿐. 

앞으로도 메모 앱에는 수 많은 여행 계획들이 누적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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