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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Apr 22. 2020

쪼랩 기획자인 제게 이 책들은 퇴근길 생맥주였어요

광화문의 한 대형서점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서울의 공간 중 하나입니다. 책을 줄곧 좋아해 온 만큼 자주 간 공간이라 그만큼 추억도 비례해서 쌓였거든요. 방문했을 당시의 제 감정이나 제가 우선시하는 배움에 따라 자주 머무는 구역도 매번 달라집니다. 현재는 에세이 구역을 가장 많이 머무는데, 신입이었을 당시나 새로운 직무를 받게 되면 가장 많이 가는 곳은 역시 경영 코너입니다. 경영 코너에는 회사생활과 관련된 수많은 책들이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획자를 위한 책도 어마어마하게 많지요. 

유튜브 채널을 처음으로 담당했을 당시와 같이 새 일을 맡게 되었을 때, 이것저것 보이는 관련 책들을 읽고 퇴근하거나 다섯 권씩 구입해서 읽어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 책들 중에는 실제로 도움이 됐던 책들도 있고 대학교 전공 서적 같은 맞는 말이지만 실무에는 쓰기 어려운 책들도 많았는데요.

책이라는 것이 좋아하는 문체나 그림/사진의 양 등 수십 개의 기호에 따라 선호의 여부가 결정되지만, 누군가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요?'라고 물을 때를 대비해 미리 답을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추천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획자의 습관 / 최장순 저

마케팅 혹은 기획에 관한 책 수십 권을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크리에이티브나 스스로 만족할만한 의견을 말하기 위한 방법은 '평소'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회사 안에서 행하는 것들만으로 완벽한 기획자가 될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기획자로써 커리어를 쌓겠다는 결심을 한 이상 평소에도 습관을 들여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습관들에 대한 책입니다. 기획자로써 가져야 할 정리 습관/생활 습관/공부 습관/생각 습관들을 정리해두었어요. 바로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것들이라 바로 메모장에 적어 매일 따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되다 못해 진짜 습관이 되어 저를 더 성장하게 한 책이기도 하지요. 

이 책의 장점은 기획자로써 필요한 습관을 가지게 하는 것 외에도 회사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문서 작성 방법도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시와 함께 말이죠.

예를 들면, 컨택 브리프라던가 메일 작성법, 크리에이티브 브리프 등 특히 광고 에이전시에서 근무한다면 더욱더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꿀팁이 담겨있어요. 이 책이 제가 첫 회사에 다닐 때 나왔더라면 자기 전에 이불킥을 덜 했을 텐데. 이 책의 유일한 오점은 제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출간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평소의 발견 / 유병욱 저

TBWA 카피라이터 유병욱 작가님께서 쓴 책으로, 큰 틀에서는 앞서 소개한 '기획자의 습관'과 동일하고 좁게는 카피 작성에 도움받을 수 있는 책입니다. 에세이와 경영 코너에 어울리는 지식 전달의 중간쯤 되는 내용인데 작가님이 경험한 프로젝트, 일상을 토대로 말하고 싶은 정보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읽을 때면 에세이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마치 당근을 싫어하는 아이에게 당근을 먹이기 위해 볶음밥에 당근을 잘게 썰어 넣는 것 같달까요?

최종 카피가 될만한 고퀄리티 카피에 도달하려면 평소에 어떻게 음악을 듣고 주위를 보며 다녀야 하는지-부터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에 대한 생각, 회사에서의 일상들을 엿볼 수 있어요. 

책을 읽고 난 뒤의 느낌은 '기획자의 습관'과 비슷합니다. 도움의 정도도 비슷! 연장선상에서 읽기 좋은 책이었어요.

추가로, TBWA 입사를 희망하신다면(워낙 유명한 회사인 만큼 희망하는 분들 많으시겠죠!?) 한 번쯤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마케터의 일 / 장인성 저

우아한 형제들 chief brand officer인 장인성 작가님과 독립출판물 '도쿄 규림 일기', '문구인 일지' 등 여러 책을 출간한 김규림 님의 합작으로 나온 책입니다. 배달의 민족에서 진행한 치믈리에 등 여러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토대로 마케터가 가지고 있어야 할 역량이나 노력의 종류, 예의, 마인드로 책을 채웠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광고주와 에이전시(대행사)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었는데요. 저는 광고주도 되어봤고 에이전시 기획자였던 적도 있어 그 부분이 특히 공감이 가더라고요. 작가님 역시 광고주와 에이전시를 모두 경험한 분이라 잘 정리하신 것 같습니다. 광고주인 브랜드의 마케터이신 분들과 에이전시 근무 중인 분들 모두 읽어도 좋을 책인 이유겠죠?


이 광고는 망했어요 / 톰 피시번 저&이은아 옮김

글로 책 된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들께 추천하는 무려 만화책! (환영하시는 분 소리 질러~!) 책을 두르고 있는 띠지에도 쓰여있듯이 '리얼 마케터의 삶', '웃픈 현실'이 담긴 에피소드 형태의 만화책입니다. 에피소드 하나당 1~2p의 짧은 스토리로 드문드문 읽기에도 적합합니다.  

크리에이터 강령, 혁신의 생애주기, 마케팅 도구 모음 등 제목은 딱딱해 보이지만 내용은 풍자에 가까운 재치 있는 표현이 특징으로 광고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면 누구나 피식! 하게 될 거예요. 

저는 번역체가 도저히 읽히지 않아서 해외 작가가 저술한 책은 거의 읽지 않는데 이 B급 감성과 흡사한 공감 덩어리 책 덕분에 오랜만에 해외 작가의 책을 구입했네요.

2020년에 나온 따끈따끈한 책이라 저도 최근에 읽었지만, 충분히 퇴근길 생맥주스러운 책이기에 이번 추천 목록에 넣었습니다. 


위 책들은 한창 중고책 파는 것에 심취해서 30권 가까이 팔았을 때도 팔지 않은 책들입니다. 두고두고 도움받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이 책들을 읽을 때면 퇴근길에 동네 친구와 마시는 생맥주가 생각납니다. 회사에서 겪은 억울한 일 힘든 일 슬픈 일을 털어놓으며 마시는 500cc 생맥주 말이지요. 온갖 말들을 내뱉고 그렇게 속을 비운 자리에 적당한 탄산이 있는듯한 생맥주를 채우는 바로 그 느낌! 때때로 사람들은 그 느낌을 '사이다'라고 하는데 저는  사이다보다는 퇴근길 생맥주가 더 시원하고 목 넘김이 깔끔한 것 같으니 생맥주라고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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