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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May 15. 2020

다이어트 반 습관 성형 반, 1개월 차 일기

건강하게 살면서 알게 된 것들

갑자기 사람이 이렇게 변하면 무슨 사연이 있나-싶지만 요즘 건강한 하루를 쌓아하고 있다. 시작은 다이어트 100%였다. 

한 달 전의 나에 대해 간단히 서술하자면 맵고 짜고 달고 느끼한 음식을 즐기고 한 달에 한두 번 꼭 햄버거와 치킨을 먹어야 하는, 커피도 안 마시면서 일주일에 한 번은 음료와 디저트를 먹으러 카페에 가는 불량한 식습관의 사람이었다. 밥도 국밥집 아저씨들만큼이나 빨리 먹고, 물은 하루에 평균적으로 세 잔밖에 안 마셨다.

운동은 어디에서나 극혐론 자라고 말할 만큼 매일 저녁 공원을 1시간씩 걷는 것 외에는 단 한 개도 좋아하는 운동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1~2개월이라는 자기 주도적인 시간이 생기면서 살을 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갑자기 변할 만큼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지금 아니면 최소한 20대에는 다이어트 못하겠구나-확신이 든 정도?

그렇게 한 달 전부터 다이어트를 마음먹으면 누구나 하는 것들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 탄수화물 줄이기

- 공복 유산소 운동하기

- 하루에 만 보 이상 걷기

- 물 하루에 1L 이상 마시기.

- 맵고 짠 음식은 금식. 

크게 놀랍지도 않은 다이어트의 방식들을 하면서 느낀 점들을 한 달 맞이로 기록한다. 스스로 감격스러워서 적는 일기이기도 하다.




한식의 소중함

요리를 세상 잘하는 엄마와 살고 있다 보니 집밥이 항상 당연했다. 냉장고에는 항상 밑반찬이 있고 아침마다 집밥을 매일 먹다 보니 밥을 못 먹는 날은 거의 없었다. 내가 안 먹을 뿐. 그렇게 한식을 실컷 먹고살다 보니 집 밖에서는 돈 주고 한식을 먹는 일이 드물었다. 최근에 생각해보니 그래서 더 밀가루 강박이 생긴 것 같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하면서 밥을 먹는 것 자체가 굉장히 드문 일이 됐다. 주로 고구마, 팽이버섯, 삶은 달걀, 오이, 오이 고추, 연두부, 그릭 요구르트 따위의 보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은 음식들을 먹었고 가끔 밥이 먹고 싶을 때 잡곡밥 세 숟갈 많게는 반공기 정도를 멸치볶음 시금치무침 등과 함께 먹었으니.

역시 없어봐야 소중함을 안다고 지금은 밥 먹는 날이면 그게 그렇게 좋다. 아무리 고구마가 탄수화물이고 달달한 맛과 씹는 식감이 있는 음식이라지만 그래도 반찬과 먹는 밥과는 완전히 다른 행복감이다. 

그렇다고 자극적인 음식이 싫어진 것은 아니지만(불닭볶음면 먹고 싶다), 이제 확실히 그 빈도수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한식은 시시해. 자극적인 거 내놔!'보다 '한식을 꾸준히 먹다가 가끔씩 매운 음식 한 번 먹고 싶다'의 마인드를 갖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한정식 먹으러 가고 싶네?


왜 비건이 대세고 점차 그 영역이 커진다는지 알겠다

해외 주식에 관심이 있다면 비건 관련 회사에 투자해야 한다는 한 학자의 말을 기사로 접한 적이 있다. 비건에 대해서는 한 달 전만 해도 '채식주의자' 한정의 용어라고 생각했다.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면 비건은 못 즐긴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한 달 동안 식단을 건강하게 바꾸면서 자연스레 비건 요리에 관심이 생겼다. 비건 수제버거 가게, 비건 카페 등 동물성 성분이 일체 들어있지 않은 곳들을 처음으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맛집도 많고 유명한 맛집도 있다는 사실을 알기 시작했다. 심지어 매장도 예뻐! 

그리고 비건 매장은 채식주의자만 즐기는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건강에 관심 있는 사람, 피부 트러블을 해결하고 싶은 사람, 다이어트 중인 사람 등 내 몸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이 비건 식품이구나. 장벽이 높은 음식이 아니구나.

그렇게 비건 맛집을 유튜브에 찾아보는 것이 요즘의 취미가 되었다. 가보고 싶은 곳이 어찌나 많던지.

나 같은 불량 그 자체인 식습관을 갖고 있던 사람도 비건에 관심이 생기는데 이 분야가 확장된다는 사실은 크기의 차이만 있을 뿐 확실하겠구나 싶다. 

아직 탄수화물을 최대한 줄이고 있는 기간이라 카페를 못 가고 있지만, 조만간 비건 빵을 먹으러 갈 예정이다. 과연 어떤 맛일지...! 다음 일기에서 비건 카페를 많이 가봤다고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피부가 급속도로 좋아졌다

물을 하루에 1.5L 정도 마시고 밀가루와 자극적인 맛들을 줄이니 외적으로 가장 빨리 변화가 온 점은 피부가 좋아졌다는 점이다. 몇 년 동안 이것저것 써도 크게 바뀌지 않던 피부가 맨질맨질해지고 메이크업도 잘 먹기 시작했다. 

이래서 전문가들이 피부에는 식습관이 중요하다고 하나보다. 


운동도 적당히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별의별 운동을 다 했다. 하루에 공원을 두 바퀴씩 뛰기도 하고, 유튜브에서 고강도 운동,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 등 여러 영상을 보고 따라 했다. 빈도 수도 많았다. 하루에 꼭 필요한 일 외에는 거의 운동만 했다. 아침 먹고 운동하고 잠깐 일하다가 또 유튜브 보고 운동하고 저녁에는 저녁이라고 운동하고 자기 전에 운동하고. 

운동이 좋아서 한 것은 절대 아니다. 체중에 대한 강박에 주먹구구식으로 운동 중독처럼 한 것이었다.

몸에 좋은 것도 과하면 해가 된다더니 3주 차에 공복 유산소 운동 후 밥 먹기 전에 근력 운동하다가 허벅지 근육을 부상당했다. 심지어 그 날 그렇게 아픈 상태로 자전거까지 타러 갔는데 페달을 굴리는 게 힘들어서 그 뒤로 이틀 동안 운동을 아예 쉬었다. 다행히 크게 다친 것은 아니었는지 이틀 만에 완전히 회복해서 스쿼트를 하는 데에도 문제는 없었지만, 건강 챙기려다 건강 잃을 뻔했다.

그 뒤로는 해야 하는 운동보다 '나에게 맞는 운동'으로 운동 방식을 바꿨다. 다양하게 시도해보면서 가늘고 긴 운동이 맞는지 짧고 굵은 운동이 맞는지 생각해보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5~15분 동안의 근력 운동&고강도 운동과 빨리 걷기를 일상화하는 것이 칼로리 소모와 나의 즐거움의 밸런스를 가장 잘 맞출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게 맞는 운동 방식을 찾고 나니 싫어하는 운동을 내일로 이어갈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매일 아침 스트레칭해야지

이건 한 달 동안 한 것이 아닌 최근 결심한 부분이다. 

본래 스트레칭에 관심이 없어 단 한 번도 따라 해 본 적이 없는데 이번 한 달 동안 유튜브에서 여러 운동 영상을 찾아보면서 자연스레 스트레칭을 접하게 되었다. 운동에 따라 꼭 뒤에 스트레칭을 해줘야 하는 운동들이 있어 따라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종종 있어 스트레칭을 하게 됐는데 운동에 비하면 훨씬 숨이 덜 가쁜 동작들이 마음에 들었다. 큰 고통을 겪고 나니 작은 고통은 고통으로 느껴지지도 않는달까.

그렇게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고 알게 된 것이 아침 스트레칭 동작들이다. 매일 아침 스트레칭을 한지 며칠 안돼서 효과는 뚜렷하지 않지만 한 가지 느낀 것은 목 근육이 많이 풀린다는 점이다. 매일 컴퓨터를 쓰기 때문에 항상 고개를 돌릴 때마다 소리가 나고 잠을 잘 못 잔 것처럼 목 근육이 뭉쳐 아팠는데 그런 점이 없어졌다. 

효과를 경험한 이상 매일 아침 안 할 수가 없어 요즘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다소 엉성한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한 달 전에는 '저는 다이어트를 하고 있어요.'라고 했지만, 최근 그 대사에 어폐가 생겼다. 다이어트는 다이어트인데 꼭 다이어트 때문만은 아닌? 

3주 차 수요일까지는 100% 다이어트였다. 숫자의 움직임에 희비가 엇갈렸고 동기부여는 오직 줄어드는 체중. 다행히 2주 차까지는 조금 먹고 많이 움직이는만큼 순조롭게 체중이 줄었다. 평소에 자극적으로 먹다가 급 탄수화물을 줄이고 운동을 하니 빠질 수밖에. 

그런데 같은 방식으로 했는데도 3주 차부터 체중이 줄지 않았다. 찌지도 않았지만 빠지지도 않는 이것은 말로만 듣던 그 구간! 정체기가 온 것이다. 동기부여가 틀어지니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힘들었다. 운동하면서도 안 그래도 하기 싫은 운동 해서 뭐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러다 원상 복구되면 그냥 자극적으로 먹고 살 꺼라며 구시렁대는 하루가 계속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고통이든 아예 죽이지는 않는다고 숨 쉴 틈은 준 것인지 그 3주 차에 정체기를 벗어나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목표가 바뀌었다.

'어차피 다이어트는 지속가능성이 중요한데 숫자에 연연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포기하고 원래의 불량한 나로 갈 수밖에 없겠구나.'

지금 내가 살을 뺀답시고 했던 것들이 결국에는 몸에 이로운 것들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나니 평생 내가 가지고 갈 습관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과도기를 지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내일도 할 의지가 생기더라.

결국 열흘쯤의 정체기를 이겨냈고 다시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살이 빠지는 것은 덤이었다. (-2.8kg)

이렇게 지금은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을 목표로 건강에 도움되는 것들을, 그러면서도 내가 좋아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하고 있다.


과연 두 번째 후기에서의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록될지 기대될 수밖에 없는 마무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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