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충전까진 아니어도 일단 켜졌으니까.
누가 안내방송처럼
"다시 월요일입니다"
하고 말해줬다면
조금은 웃겼을지도 모르겠다.
출근길 9호선 안.
문 옆은 벌써 가득 차 있고
급행을 놓친 사람들은
한숨을 삼키며 다음 열차를 기다린다.
열차가 들어오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파도처럼 밀려든다.
누군가는 한 손으로 가방을
누군가는 한 손으로 멘탈을 붙잡는다.
각자 화면을 스크롤하며
하루의 속도를 맞추는 사이
나는 그 틈에서 조용히 숨을 골랐다.
터널 속 불빛이 창에 스치고
그 속에 비친 얼굴들은
하나같이 아직 로딩 중 같았다.
휴대폰은 밤새 충전됐지만
나는 여전히 20%쯤 남아 있었다.
세상은 리셋됐는데
나는 그대로였다.
그래도 괜찮다.
다시 시작할 만큼은 남아 있으니까.
완전 충전까진 아니어도
일단 켜졌으니까.
오늘 하루는 그걸로 충분하다.
가끔은 '시작했다'는 사실 하나로도
버틸 힘이 생기니까.
지하철 팁
9호선 급행에선 체력보다 중요한 건
마음의 배터리 잔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