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연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답을 하고 건대입구역에 이미 도착해 있다.
거대한 몸이 그대로 거리에 서있었다.
번번이 남자에게 차였던 자신이기에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은 그대로 인데 장소가 낯설다.
‘상대방이 나를 보고 실망해서 가면 어떡하지’
나연이는 자꾸만 뭔가가 솟아올라 오는 것을 누르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들여다 보면 볼수록 자꾸 빨려 들어가는 화면속으로 액정속의 화면은 자신 그대로였다.
서로의 얼굴을 대하기보다는 길을 가다가도 상대방이 나를 쳐다볼 걱정은 하지 않는다.
쓸데없는 기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송두리째 취해있다.
사각의 틀안에 갇혀 헤어나질 못하고 돌고 돈다.
지시를 받고 생각하고 느끼는 힘을 송두리째 빼앗긴 채 상상을 주문
한다. 계단을 오르고 호흡을 가다듬고 택시를 타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걷는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마법의 주술에 걸린 것처럼 점차 혼을 빼앗긴다.
고스란히 노출된 자신의 얼굴은 입에서 조금씩 빨아먹는 사탕처럼 혼이 빠져나간다.
유령처럼. 혼이 빠져나가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나연이는 가상으로 살아가는 것인지
현실로 살아가고 있는 건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정신이 들었는지 나연이는 도망치듯이 건
대역 사거리를 빠져나왔다.
스마폰에 저장되어 있는 민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발신으로 걸린 신호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지금 거신 전화번호는 없는 번호이오니 다시 확인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안내멘트가 음성으로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상하다. 분명히 민지 전화번호 맞는데 왜 이러지?...”
끈질기게 몇 번을 반복해서 걸어도 같은 안내 멘트가 나오고 전화가 걸리지 않았다.
다시 버스를 탔다.
그런데 세상이 온통 흑색과 백색으로만 보였다.
나연이는 눈을 다시 비볐다.
’이상하다. 왜 이러지...‘
빗방울이 갑자기 버스위 철판에 투둑투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살아있는데 나를 보려구 하질 않고 스마트폰 속에서만 내가 존재한다니.‘
그동안 노력하지 않았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종일 손에서 놓지 않았던 스마트폰을 원망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살아도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지금이 너무 싫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선물받은 스마트폰을 가지게 되면서부터 나연이는 가족들과의 대화도
예전처럼 많이 나누지 않고 오로지 밤새도록 친구들과 페이스북 카카오톡 채팅 인터넷 쇼핑
인터넷 웹서핑 등을 공유하며 가지고 놀았다. 책도 멀어지고 공부도 멀어지고 가족도 멀어지
지고...
“나연아, 스마트폰 그만해라.”
“알았어요”
엄마가 이어서 머리를 쥐어박으며
“너 스마트폰 중지시킨다.”
“헐, 엄마 싫어. 진짜 짜증나,”
밥을 먹을 때도 면박만 주는 엄마 때문에 대화하기 싫어져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길가면서도 방에서도 오로지 스마트폰이 보물1호이고 친구였다.
외출하기도 귀찮아서 배달앱
으로 음식도 시켜먹고 안되는 것이 없었다. 스마트폰에 신들린 듯이 친구들과 문자하고 카톡
하고 채팅하고. 유일무이한 친구고 신이고 부모였다. 외로울 때 스트레스 받을 때 모든 역할을
다 수행해 주었다. 버스안에서 몸을 들썩거리며 훌쩍였다. 지금 상황이 이해도 안가고 답답했
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달리던 버스가 횡단보도 앞에서 급정거를 했다.
아슬아슬하게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던 나연이는 스마트폰을 또 놓쳤다.
바닥에 떨어뜨렸는데 지난번에 주워 주었던 승객이 뒤를 돌아 보며 나연이 휴대폰을 들고
씩 웃고 있었다. 나연이는 소름 끼치도록 무서워 벌떡 일어났다. 손안에서 점멸과 점등이
반복되는 나연의 스마트폰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전원 버튼을 누르니 흑백화면이 사라지고 화면속 너머로 보이는 컬러의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