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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이슬 Dec 22. 2023

암환자도 일상이 다를 건 없어요

오늘은 구어체로 빠르게 글을 작성합니다.



23.12.21. 목요일 어젯밤에 연재와 관련한 글 한편을 썼어요. 이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발행을 하려고 하니 연재 발행일이 아니라는 팝업이 떴습니다. 그래도 발행하겠냐는 물음에 잠시 멈칫했지만, '연재 브런치북 발행 요일을 바꾸면 되는 거 아니야?' 하고 간단하게 생각하면서 일단 글 등록부터 마쳤습니다. 다들 그런 적 없으신가요?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예뻐 보여서 당장 친구와 약속을 잡고 싶어지는 때요. 마치 그런 날처럼 보는 이는 적어도 얼른 내 글을 선보이고 싶어서 마음이 들떴습니다. 



이후 연재 발행 요일을 바꾸고 등록을 마친 글의 수정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런데 그 글이 연재 브런치북으로 소속되지가 않는 거예요. 그때부터 글 한편 써서 좋았던 마음에 찬물을 끼얹듯 팝업 창이 떠올랐습니다.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에 기분이 가라앉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연재 브런치북을 망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연재 글로 소속 발행되지 않으니 어쩐지 내 연재 브런치북이 너저분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순간에 몰입되어 홧김에 연재 브런치북을 삭제했습니다. 브런치북을 삭제할 것이 아니라 그 글 하나만 삭제하고 다시 쓰면 되는 일을 그르친 어리석은 행동이었습니다.



뒤이어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연재 브런치북을 삭제하고 다시 만드는 과정에서 찰나에 단 한명이라도 내 행동을 보진 않았을까 혹은 내 심정을 들키진 않았을까 하는 민망함이 들었습니다. 때때로 연예인들이 사진 올리고 금방 내렸는데 그 몇 초 사이에 본 이들이 있습니다. 연예인도 아닌 제가 그런 것까지 의식했다는 사실이 참 웃기지 않나요? 창피했습니다. 창피하니까 혼자서 더 북 치고 장구치고 했던 것 같아요.



작가라면 자고로 글만 잘 쓰면 되는 것이지, 글도 잘 못 쓰는 제가 '브런치 북'이라는 옷만 잘 차려입으려고 했습니다. 그제서 연재 브런치북의 운영 정책을 제대로 읽어 보니 발행일이 아닌 요일에 쓴 글은 연재 브런치북으로 발간될 수 없는 구조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선 경험 후 지식의 경로를 거친 셈입니다. 연재란 독자와의 약속을 의미하니 그렇게 하는 것이 맞지요. 제가 그 약속을 무시해 수고로움을 더했지만 저와 같은 사람이 다수인가 봅니다. 브런치스토리 팀에서 작성한 게시물에 '브런치 북부터 만들면 안 되는 이유'라는 글이 보이고, '브런치 매거진'과 '브런치 북' 완벽 활용법이라는 글도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오늘도 느끼고 깨닫습니다. 글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것들이 개입된다는 것을요. 제 삶만 이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삶은 피곤합니다. 암환자의 일상도 숨을 쉬고 걷는 한 건강한 분들의 일상과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다만 늘 코로나나 독감 후유증보다 더한 부작용들과의 사투 속에서 살아야 한달까요. 그것이 심해지면 위태로운 일상을 맞이하겠지만요, 그 위기의 순간이 아닌 하루들은 이렇듯 다양한 감정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죽음을 염두하는 감정을 추가하며 산답니다. 늘 하루를 살 수 있어 감사하기도 하지만 암이 커질까 봐 가끔은 불현듯 두렵거든요.



어쨌든 이미 삭제한 연재 브런치북을 되돌리기 위한 방법은 없었습니다. 너무 당연할 걸 얘기하는 것 같지만, 연재 브런치북을 다시 만들어 그저 기존에 썼던 글을 새 글처럼 발행하는 수밖에 없네요. 라이킷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아쉬운 무명의 쓰는 사람은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복사와 붙여 넣기로' 다시 올렸습니다. 지금 그래서 혹시 라이킷 다시 눌러달라는 말 아니야? 하고 생각하신다면, 그것도 맞아요. 인스타그램은 완전히 끊었다 하여도 나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은 늘 남아있으니까요. 라이킷 동냥이라고 말한다면 애처로워 보일 수도 있겠어요. 그렇지만 그 초라한 모습이 곧 제 삶과 가장 맞닿아 있습니다. 화려한 유명 작가가 아니라면 스스로 밥을 빌어먹어야 하는 수밖에요. 다들 이런 모습 하나쯤 갖추고 사는 거 아니겠냐고 툭툭 마음을 털어내 봅니다.



다만 글을 올릴 때마다 항상 라이킷을 눌러주는 것으로써 제 글을 사랑해 준다고 느끼는 몇 독자분들이 있어요. 그들을 염두하지 않고 오직 급한 성격만이 앞장을 섰네요. 죄송한 마음입니다. 아울러 비겁하고 이기적이게 또 숨어버리며 연재 글쓰기를 미룰 수도 있어요. 그래서 여전히 연재를 계속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도 말합니다. 그럼에도 오늘은 이렇게 수정하면서까지 쓸 마음이 드는 하루니 어제의 나와 달라 기쁜 마음으로 몸에 암이 얼마큼 남았는지 검사하러 다녀오겠습니다! 곧 제 차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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