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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현 Dec 26. 2022

Everythings gonna be alright!

라면 한 그릇, 너튜브 시청



깊은 산 옹달샘이 더러워졌다고, 오염되었다고

깨끗한 물 담으면 다시 깨끗해져?

그것보단 더러운 물 모두 퍼내버린다면

다시 샘물은 깨끗해질 거야!


그대 지금 하고 있는 근심 걱정 속에는

산더미 같은 욕심들로 가득 차 있겠지만,

욕심대로 다 얻었다고 그대여,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을까.


(중략)


어떻게 그 순간을 넘기고 지금 살아있는지

이제 와서 돌아보면 미소 같은 추억들.

지금 그대 빠져있는 바로 그 고민도

내일 되면 아름다운 추억일 텐데.


모두 잘 될 거야, 너무 신경 쓰지 마.

복잡하게 꼬여있어도 그리 걱정하진 마.

화를 낼 것까진 없어. 누구 잘못도 아닌데.

다만 때가 아니라고 편히 생각해 버려.

     

(중략)


Dash 하라, Dash 하라. 강하게 밀어붙여라!

원하는 모든 걸 이루어 내고 말 것이니

겁먹지 마라 주저하지 마라!

이 시간이 그대의 마지막 기회라는 걸 잊지 마라!


< 이승호 작사, 윤일상 작곡, 그룹 '구피' 노래(1995) >




  연말이다. 곧 새해가 밝을 텐데 희망찬 기대보다는 걱정과 염려가 앞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게다가 낮이 짧아지고 일조량이 적어지면서 낮은 자신감에, 불안과 걱정이 집착적으로 많아졌다고 할까.


  '아내'는 올 하반기에 승진했다. 그놈의 승진이 뭐라고! 말은 이렇게 하지만 직장인에게 승진은 많은 부분을 좌우한다. 또래보다 승진이 늦어진 탓에 마음고생이 많았던지라 누구보다 본인이 기뻤겠지만 지금은 또 다른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


  아내가 다니는 회사는 관례적으로 승진자들을 지방에서 한동안 근무하게 한다. 다들 대도시에서 근무하기를 선호하니 어쩔 수 없는 방침이긴 한데 그게 내 경우가 되면 곤란해진다. 주말 부부가 되면 나야 복에 복을 받겠지만 아직 어린 딸애를 생각하면 그리 마음이 편하지 않은 모양이다.


  '딸애'는 키가 좀 작다. 아직 어리긴 하지만 사실 좀 많이 작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아내 키는 평균 이상인데 내가 좀 작다 보니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는 듯하다. 그래서 이런저런 방법을 찾아보고 뭔가도 해보려 했으나 고집불통인 딸애를 이기지 못해 이제는 거의 마음을 비웠다. 이번 달에는 한약도 한 첩 지어먹고 있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누가 알까?


  그런데다 요즘 부쩍 무서움을 탄다. 낮에는 친구들과 잘 놀고,  학교 선생님이나 같은 반 친구 부모님들로부터 밝고 씩씩하다는 얘기를 듣는다는데 집에서는 가끔씩 혼자 있는 것이 두려운 가 보다. 밤에는 양치하는 것도 무서운지 자꾸 같이 가자고 조른다.

  

  특히 밤에 무서운 꿈 꿀까 봐 걱정을 많이 한다. 얼마 전에는 꿈속에서 얼마나 놀랐는지 자다가 깨서 한참 동안 울다가 잤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제 방에서 안 자고 부모랑 같이 잔다. 지인들 자녀들이 어려서부터 제 방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부러운 생각에 여러 번 시도해 보았지만 아직 때가 아닌가 보다.

 

  '' 또한 최근에 생각이 많아졌다. 회사 조직개편에서 우리 팀이 제외된 것은 다행이지만, 아직 해결되지 못한 여러 가지 일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한다. 단순히 열심히만 한다고 해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는 환경에서는 자연 의기소침해지고 열의가 줄어든다.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당 수치가 높다는 결과를 받았다. 골프 연습한다고 무리했는지 예전에 고생한 허리통증이 재발할 조짐도 보인다. 어떤 것도 쉽게 허락되지 않는 내  때문에 마음은 전형적인 우울증 증상을 겪는다.





  좀 전까지도 어디로 발령 날지 걱정하던 아내는 금방 딴생각에 노래를 흥얼거린다. 몸치이면서도 개업집 문 앞에서 흐느적거리는 바람인형처럼 팔다리를 흔드는 걸 보면 우습다. 참 우유부단한 사람이다.


   딸애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키가 6센티미터 자랐다. 또래의 평균 정도 수치이지만 딸애의 눈에는 기대감으로  반짝인다. 그 눈을 보는 내 마음은 더욱 반짝인다.


  무서움을 많이 타는 아이는 정서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어릴 때 정말 무서운 꿈을 많이 꾸었다. 얼마 전에는 군대에서 초소 근무시간에 늦어 허겁지겁 뛰어가는 꿈을 꾸었으니 할 말이 없다.


  딸애는 풍부한 상상력 덕분에 무서운 상황을 다른 아이들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일 수도 있다. '예민함'을 자신만의 '섬세함'으로 용할 수 있다면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아직 2023년까지는 얼마간의 시일이 남았다. 그 기간을 걱정과 염려 때문에 우울해하기보다는 오히려 즐거운 기대와 희망의 유쾌한 상상으로 즐기는 게 낫겠다. 어떻게 될지는 아직 결정된 게 없으니까 말이다. 


  늦은 저녁을 오랜만에 먹는 라면 한 그릇으로 만족하는 아내에게, 가정 학습지 수업이 끝나고 여유롭게 튜브 보 딸애한테도, 그리고 그런 두 모녀를 바라보는 나에게도 오늘 밤에 축복이 내렸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지금 이 순간처럼 건강하고 유쾌했으면 좋겠다.


  더불어, 나를 생각하고 걱정해주는 소중한 분들에게도 축복이 함께 내려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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