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아득해진 길 어느 모퉁이에
잊힌 듯 숨어 있다
가끔씩 불쑥 튀어나오는
그 노래가 들려온 순간
물결치는 호수의 울음
들꽃 흔드는 숲의 울음과
꽤 닮았음을 알아차렸다
호수로 기운 비탈에 피어난
꽃의 이유는
숲에서 이는 바람에 마침내 지면
저 닮은 붉은 물비늘 되어
울고 싶었던 것이지
품을 수 없는 꽃을 보내야 하는
숲은
호수의 울음 뒤에서
숨죽여 흐느끼고 있던 것일지도
호수를 감싸 안은 숲길에서 목도한
슬픈 인연들이 카타르시스였다면
다시 그 노래를 부르고 싶은 마음인게지
켜켜이 쌓인 먼지를 씻어 내려
내 안에서도 바람이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