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함에 대하여
파도는 지우려 밀려오지만
오히려
몰아 쉬는 하얀 숨결로
텅 빈 모래밭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파도가 남긴 쓸쓸함 겹겹이 쌓인
갯바위
멀리서 들려오던 파도소리가
끝내 창문을 두드린다
투명한 유리창을 지나와
내 방을 가득 채우는 하얀 숨결
그 뒤로 넘실거리며 밀려오는
너의 하얀 미소
나는 우두커니 갯바위가 된다
괜찮다
쓸쓸해져야 그리워지니
그리워져야 살아낼 수 있으니
괜찮다
네가 밀려와도
내가 쓸쓸해져도
**쓸쓸함은
그리움의 마중물이다
그리운 이들
그리운 시절
그리운 그곳
손바가지만큼의 쓸쓸함으로
메마른 내 우물이
가득 찰 수 있다면
때로는
쓸쓸해질 만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