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서
종로에 비가 내린다.
비를 맞아도 여전히 종로이다.
이층에서 내려본 거리에는 내가 없다
그래도 그곳은 종로이다.
커피숍 문 옆 천역덕스럽게
놓여 있는 우산
나를 닮은 그놈을 집어 들고
종로로 들어서지만
어느새 비가 그친다.
습관처럼 올려본 이층 유리창 위로
종로를 찾는 시선들과 마주친다.
비 맞은 햇살 서성이는
이곳도 종로이다.
*내가 찾는 세상 속에 내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그 세상에 비가 오고 있을 수도 맑게 개여 있을 수도 있다. 알면서도 시치미 뚝 떼고 그 세상을 찾아 나서는 것이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