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노래한 시인, 김광석

대구

by baekja



대구에서 시간이 조금 남아 대구문학관을 들렸다가 김광석 스토리하우스를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김광석 스토리하우스가 과연 문학관 기행의 취지에 맞나 고민했지만,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방문을 결정한 것이었습니다. 결정한 이유는 두 가지로 2016년 밥 딜런이라는 가수가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노래 가사가 문학으로 인정받았다는 점과 볼테르가 말한 ‘시는 영혼의 음악’이라는 말에 김광석의 노래가 부합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김광석이 죽은 후에 태어났기 때문에 김광석이라는 가수가 어떠한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래도 노래들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이등병의 편지>, <서른 즈음에>, <일어나>, <사랑했지만> 정도는 알고 있었고, 노래방에서도 몇 번 불러봤습니다. 특히 <이등병의 편지>는 입대 직전인 친구들에게 불러주는 애창곡이었습니다. 이젠 좀 있으면 <서른 즈음에>를 불러야 할 것 같아 조금 슬프긴 합니다. 다만, 위에 있는 네 노래 중 김광석이 작사한 곡은 <일어나> 뿐이라 다른 곡들은 이 글에서는 더 이야기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2층으로 된 자그마한 스토리하우스에는 김광석의 짧지만 긴 삶을 압축해서 전시해놓고 있었습니다. 김광석의 곡을 들을 수 있게 헤드폰과 mp3도 가져다 놓았습니다. 이 글에서 김광석이 어떤 그룹에 들어가서 노래했고, 언제 솔로로 데뷔했는지는 굳이 얘기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팬이었던 분들이 훨씬 잘 알고 계실 것이고, 인터넷에 찾으면 금방 나오니까요. 저는 그냥 가볍게 그가 어떤 마음으로 노래했고 가사를 썼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20230919_114647.jpg 김광석 스토리하우스


김광석은 자신의 노래를 이야기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런저런 일상의 이야기이자 삶의 소소한 이야기라고 표현했죠. 그는 노래하는 것에 자부심은 느꼈지만, 그것을 막 거창하고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의 직업이 노래를 부르고 쓰는 가수이니 그런 일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라이브 1000회라는 금자탑을 쌓았을 때도 그냥 한번 한번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매우 소박한 감상을 남겼습니다. 이처럼 그에게 노래는 거창하고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라 삶이었고, 삶에 녹아든 무언가였습니다. 그래서 그의 가사는 마치 일상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덜컹이는 기차에 기대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

꿈에 보았던 길 그 길에 서 있네

<바람이 불어오는 곳> 中


일상의 한 풍경을 담은 가사라는 느낌이 확 듭니다. 조금은 특별하지만, 어디선가 볼 수 있을 것 같은 풍경을 담은 가사죠. 하지만, 이 가사를 ‘소박한 일상’이라고만 치부하기엔 좀 아쉽습니다. 무언가 빠진 설명은 그가 말한 그의 삶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노래로 밥 먹고 잠자고 꿈꾸며 살아간다고 했습니다. 이 말에 다른 사람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습니다. ‘꿈꾼다.’ 아 누구나 꿈을 꾼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꿈을 들어보면 그 꿈을 꾼다는 말이 같은 말임을 알게 됩니다. 그의 꿈은 오토바이를 사서 유럽의 이곳저곳을 질주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머리를 빡빡 밀고, 옷에 금물을 들이고, 가죽바지를 입고, 체인을 막 감고, 유럽의 아가씨가 있으면 막 뒤에 태우면서 말이죠. 우리의 꿈은 어떤가요. ‘이런 직장에 들어가고 싶어, 얼마큼 돈을 벌고 싶어’와 같은 세상에 찌든 꿈이 아니던가요? 그의 허황하고 순수한 꿈에서 그가 낭만을 품고 사는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일상을 노래했지만, 낭만을 가지고 있었기에 늘 변화를 갈망했고, 매일매일 새롭기를 바랐습니다. 이러한 바람은 그가 육체적 속박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누리기를 원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가 이런 진정한 자유를 원했던 것은 자신의 낭만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정을 가지고 딸을 가지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느낀 그는 모든 생명이 소중하기에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때 묻음 없이 타오르는 태양 은은히 비추는

달빛과 같이

저마다 소중히 태어난 우리

우리는 모두가 고귀한 존재

자유롭게 자유롭게

<자유롭게> 中


그의 삶에서 노래는 책임지고 만들어야 할 생계였고, 늘 변화를 만드는 새로움이었으며, 많은 사람의 일상과 소소한 삶이었습니다. 취미가 아니었고, 획일화되어 지루한 것이 아니었으며, 거창하고 작위적이지 않았습니다. 낭만적이었고,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있었으며 자유로웠습니다. 그의 삶을 진정성 있게 담은 노래는 그가 죽은 이후에도 많은 사람이 들었고, 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그가 죽은 이후에 태어난 이들도 노래를 들으며 그의 이름을 떠올릴 정도가 되었습니다.


소설가에게 소설이 그렇고, 시인에게 시가 그렇듯 그의 삶에는 늘 노래와 가사가 함께했습니다. 소박하지만, 낭만적이었던 그의 노래에는 자연히 그의 삶이 담겼고, 모든 문학 작품이 그렇듯 작가의 삶에 대한 고민과 그 해답을 담아내었습니다. 그는 늘 노래를 불렀고, 노래로 먹고살았기에 아마 죽어서도 가수라 불리기를 원하겠지만, 그를 이렇게도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평범하고 소박한 삶에 따스한 감성을 담아 노래한 시인이자 작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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