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 병원을 갔다.

by baekja

며칠 되지 않은 이야기이다. 즐겨보는 웹툰이 있어 와, 이 웹툰 나왔네 하면서 찾아보는 중이었다. 일상 소재를 통해 웃음을 주는 웹툰이기에 또 어떤 소재로 나에게 웃음을 줄지 즐거운 설렘으로 웹툰을 켰다. 웹툰에선 어떤 병을 다루고 있었고, 그 병의 증상이 나와 비슷하여 좀 더 몰입해서 봤었던 것 같다. 그 증상이 조금 신경 쓰였던 터라 ‘도대체 무슨 병일까?’하고 마지막 스크롤을 내리는 순간, 당황했다.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병명이었다. 병명은 공황이었다.


당장의 증상들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거슬리고 오래되긴 했지만, 막 죽도록 아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에 설마하면서 그 순간을 외면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사람을 만났다. 처음 보는 사람이 자리에 왔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했다. 그리고 정말 실망했다. 그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제일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세상의 답이자 진리라고 생각했으며 그것을 다른 사람들도 답이고 진리라고 생각해야한다고 설파하는 부류였다. 사람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몰라 이게 답이지 않고, 진리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정작 자신은 다른 생각의 근거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려하지 않았음이 그의 말들 곳곳에서 묻어났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없는 설득만큼 폭력적인 게 있을까? 마지막에 그와 나의 생각은 무척 다르니 우리는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좋겠다 말했을 때 그는 나의 생각은 틀렸다며 끝까지 나를 설득하려 했다. 나에겐 답이 있다면서. 그렇게 실랑이 끝 간신히 거절했다. 그리고 나는 무너졌다.


이미 나는 상당히 불안했던 모양이었다. 그 나를 설득하던 이가 나가자 바로 시야가 흔들렸고, 숨이 막혔으며 가슴이 옥죄어 왔다. 손발은 계속 떨려 주체할 수 없었다. 그 사람을 보내고도 다른 사람이 옆에 있었기에 나는 진정해야 했으며 정말 간신히 진정했다. 아, 그제야 나는 지금 내 상태가 정상이 아닌 저 멀리에 와 있음을 실감했다. 여전히 심장은 빨리 뛰었고, 손발은 계속 떨렸으나 손을 마주잡은 상태로 웃음을 유지했다. 그렇게 대화를 좀 더하고 집에 왔다.


막아 둔 구멍이 터지자 거대한 물결이 나를 덮쳤다. 가슴의 답답함이 더 심해졌고, 흉통과 위통이 번갈아가며 왔다. 손발은 계속 떨렸다. 손발이 떨리는 것도 모자라 몸이 부르르 떨리는 증상까지 심해졌다. 이게 도대체 뭘까. 인터넷에 공황 발작의 증세를 쳐보니 전부 해당했다. 아, 정말 이거구나 싶었다. 그래도 내가 진단할 이유는 없으니까 병원을 가야겠다 싶었다. 정말 친한 한 친구에게도 상황을 말했더니 병원부터 가는 게 정말 좋겠다고 했다. 병원은 안타깝게도 일요일에 전부 쉬었다. 이런. 낼 가야겠군. 여전히 맥박은 빨랐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병원에 갔다. 검사를 했다. 검사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검사 결과가 나오고 진찰을 받았다. 대체로 괜찮았지만, 불안 척도가 꽤 높은 모양이었다. 맥박을 잰 검사에서 내가 불안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조금 불안하신 것 같다는 말로 이야기를 대체했다. 그리고 상담과 약 처방을 권유했다. 음, 뭐지? 의사 선생님이 강력 권유를 하시는 건 아닌 것 같아 상담은 거절했다. 학창 시절 많은 상담을 받으면서 과연 근본적으로 쓸모가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나에게 큰 도움은 되지 못했기에 별 심각해 보이는 것도 아닌데 상담은 안 받겠다 했다. 의사 선생님은 조용하고 나지막하고 부드럽게 나중에는 상담을 한 번 쯤 받아보는 것이 좋을 거라 했다. 음? 별로 심각하지 않은 거 아닌가?


집에 왔고, 약을 먹으며 진단서를 천천히 살펴봤다. 아, 이런. 의사 선생님의 그 권유가 조금 길었는지 알 것 같았다. 불안 척도가 아주 꽤 많이 심각했다. 내가 받은 약은 공황과 불안을 덜어주는 약이라고 쓰여 있었다. 아, 나 지금 상태가 정상이 아니구나. 그렇게 약을 먹기 시작했다.


나는 꽤 많이 불안했던 모양이다. 아니 늘 불안했다. 연인과 헤어질 때 즈음 내 상황과 위치가 무척이나 불안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종종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엄마는 내게 화가 많아졌다고 했다. 늘 내 상태가 불안정하다고 느꼈고 어둠속을 걷고 있거나 낭떠러지 바로 앞에 있다고 느끼곤 했다. 잠자기 전에는 몇 달 동안 맥박이 빨라진다고 느꼈다. 그러다 최근에는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리 잠을 자도 피곤하다고 느꼈고, 무척 피곤해도 낮잠은 죽어도 잘 수 없었다. 무언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상태는 해결이 되지 않았고, 나는 병에 걸렸다.


일단 낫고 싶다. 생각보다 일상에 꽤 많은 지장이 있으며 무언가를 할 때 종종 고민이 되는 상태에 이르렀다. 근데 약을 먹는다고 상담을 한다고 근본적인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에 나을지는 모르겠다. 여전히 어둠은 내 앞에 있고, 나는 낭떠러지 위의 외나무다리를 휘청휘청 걷는 기분이다. 다행히 우울과는 꽤 거리가 먼 사람이라 큰 무력감이나 우울감?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조금 쉬고 싶다고 종종 느낄 뿐. 언젠간 조금 안정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겠지. 나름 지금의 나도 행복한 편이니까. 그냥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아프지 않았으면 바란다. 된통 아픈 게 오랜만이라 아프다는 게 참 골칫거리라는 생각을 한다. 건강한 삶이 모두와 함께 하기를. 갑자기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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