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일상-뷰티 인사이드

by baekja

★스포 있습니다.★


근래에 모종의 이유로 불면증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다 이 남는 시간을 드라마에 쏟아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휴게실에 앉아 무료 드라마를 찾아보다가 뷰티 인사이드라는 드라마가 내 눈에 들어왔다. 등장인물로 나오는 배우 서현진이 예뻤고 사람이 바뀐다는 내용에 흥미가 생겨서 별 생각 없이 택하게 되었다. 초반엔 신선한 내용에 감탄했으나 중반의 신파에 당황했고 마지막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여서 완결까지 보는 데는 조금 힘들었다. 그래도 나름 시간을 그냥저냥 보내기에는 괜찮았던 것 같다. 초반부의 내용이 인상적이어서 영화를 찾아보게 되었는데 더 재밌게 두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신선한 내용, 멜로 그리고 상황이 벌어질 경우에 대해 일어날 현실적인 고민들. 무난하게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두 작품 모두 같은 제목을 쓰는 것에 알 수 있듯이 소재는 똑같다. 여자든 남자든 한 사람이 겉모습이 변한다. 체형, 나이, 외모, 성별 다 상관없이. 영화는 남자가 매일 바뀌고 드라마는 여자가 한 달 중 일주일만 그렇게 변한다는 것이 큰 차이이다. 영화는 비슷한 직종에서 일하는 평범한 두 사람의 이야기라면, 드라마는 안면실인증(얼굴로 사람을 구분하지 못하는 질병)에 걸린 재벌 후계자 남자와 모습이 변하는 일주일 동안은 사라져 욕은 엄청 먹지만 인기는 한국에서 제일인, 어쩌면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일지도 모르는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영화에서는 평범한 사람이 자신이 반한 사람이 계속 변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에서 그들의 사랑이 시작한다. 그리고 계속 변하는 자신의 애인에 대해 힘들어하는 위기를 거쳐 그를 이겨내고 다시 만나는 것으로 끝맺는다. 드라마는 안면실인증인 사람이 모습이 변한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오히려 말투를 통해 변한 사람이 동일인임을 찾아내고 그 과정에서 서로 반해 연애를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중반부에는 인생에서 얼굴이 변한 사람의 인생에서 벌어질 법한 일들을 보여주고 과거의 사고에 의해 위기를 맞는다. 결말은…뭐, 안면실인증을 고친 남자와 변하는 것이 멈춘 여자의 해피엔딩이다.


위의 내용을 보다 보니 자극적이어서 재밌는 건 드라마이었을지언정 영화가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 와서 좀 더 감정이입하면서 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 계속 변하는 애인을 알아보지 못해 여자가 정신분열증에 걸리는 장면은 당연해 보였다. 뷰티 인사이드라는 제목처럼 사람의 본모습 안에 있긴 하겠지만 그걸 눈으로 알아볼 수 없는데 그 무지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드라마에서처럼 말투와 걸음걸이로 사람을 구별하는 대단한 자들이 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되겠는가? 처음 그 변하는 것을 알았을 때 느껴지는 공포감과 그걸 이해했더라도 나중에 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애인의 저주에 자신의 몸도 마음도 지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이렇게 바뀌다보면 그 사람은 소위 오감으로는 구분할 수 없어진다. 매번 사람의 외모, 목소리, 냄새 등이 다 바뀔 텐데 이런 일들을 다 겪다 보면 자신이 마치 허상에 떠 있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러면 이 허상에 떠 있는 듯한 관계를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까? 영화에서는 “너의 곁에 있어서 힘든 것보다 네가 없는 것이 더 힘들다.”라는 말로 그 이유를 설명한다. 한 사람의 내면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 내면과의 관계를 더 지속할 수 없는 것이 견딜 수 없어진 지극히 깊은 사랑에 빠진 사람의 답변이 될 것 같다. 드라마는 그래서 걸음걸이, 말투, 항상 착용하는 액세서리, 필체 등을 이용해 그 사람을 찾아내는 조금 더 현실적인 답변이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변하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변하는 모습까지 그 사람인 것을 인정하는 것은 그 사람의 내면을 사랑하기에 그 모습들은 별로 상관이 없다는 답변이 나온다. 근데 드라마와 달리 우리는 현실에서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랑의 힘으로 그 변하는 저주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사랑의 최종단계인 ‘아가페(헌신하는 사랑)’에 가깝다. 하지만 우리는 성인이 아니기에,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니기에 저걸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한다. 현재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겉모습에 고민하고 자신의 겉모습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 아름다움은 누구에게나 쉽게 평가받으며 너무나 쉽게 정체성으로 확립된다. 그런데 자신의 아름다움이자 정체성을 맘대로 변화시켜 나를 사랑하는 사람마저 나를 알아보지 못하게 만드는 이 저주를 가진 사람마저 사랑할 수 있을까?


영화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네가 매일 아침마다 변하는 것을 나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사실 나도 매일 변하고 있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는 같을 리 없고 목소리, 얼굴이 다 바뀔 수 있지. 결국 너는 변한 것이 없지만, 나만 변한 것이었어.” 자고 일어나면 목소리 톤이 바뀔 수 있고 지독한 감기에 걸리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사고로 화상을 입어 원래의 얼굴을 잃을 수 있고 살이 찌거나 살이 빠짐에 따라 얼굴은 알아보지 못하게 바뀔 수 있다. 외적인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좋은 의미로 사람의 내면은 변하지 않기에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 세상이 돌고 돌아 해가 지고 뜨고 달의 모양이 홀쭉해졌다 둥그러지는 그 수많은 변화에도 변하지 않는 그 내면을 본다면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고 난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은 안타깝게도 변한다. 변하기에 관계가 이어지고 끊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선임이 해준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다. “일병 같은 병장이 되고자 했는데 그거 도저히 못하겠더라.” 사실 이게 힘들지 잘 몰랐던 나는 병장이 눈앞에 다가온 지금에서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오히려 내 겉모습은 크게 변했을지언정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하려던 일병 당시의 내면과는 꽤 멀리 떨어져버렸다. 물론, 군생활을 계속 하면서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남는 것은 없다는 생각에 이렇게 된 것일 수도 있지만 쨌든 내 내면은 편한 것을 추구하는 쪽으로 변해버렸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든 생각은 단순했다. 좋은 의미로 변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는 할 수 없으니 나 자신의 순간순간을 반성하며 변화하자고. 그럼 정말 ‘뷰티 인사이드’를 갖춘 사람이 되어 인간관계를 잘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힘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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