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만 반복하다가, 나도 모르게 소리치고 말았다

감정을 참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기까지

by 새싹조아

같은 말만 반복하다가, 나도 모르게 소리치고 말았다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는 거야."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올라가는 목소리, 그리고 그 순간 아이의 멈칫하는 표정. 소리친 뒤에야 후회가 밀려오고, 스스로에게 '왜 또 그렇게 말했을까' 하고 묻게 됩니다.


처음엔 차분하게 설명합니다.

"이건 위험해."
"지금은 먹는 시간이야."
"한 번만 더 그러면 안 돼."

하지만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이미 열 번쯤 같은 말을 해버린 뒤에는 마음보다 목소리가 먼저 올라가곤 하죠. 그럴 땐 아이보다 내가 더 무너진 기분입니다. 내가 잘못된 사람 같고, 소리친 그 한순간이 아이에게 상처가 되었을까 자꾸만 마음이 무겁습니다.


하지만 감정은 참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소리치고 나서 남는 감정들, 그리고 그 감정이 왜 생기는지를 같이 들여다보려 합니다. 스스로를 탓하지 않으면서도, 조금 더 내 마음을 알아주는 방향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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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는 걸까?

하루에도 몇 번씩, 똑같은 말을 하게 됩니다.

"입에 넣지 마."
"그렇게 하면 안 돼."
"지금은 아니야."

처음에는 아이가 몰라서 그런 거라 생각하며 차분히 설명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목소리도 점점 짧아지고, 말투도 뾰족해집니다. 아이에게 뭔가를 가르치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내가 같은 장면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는 무력감이 더 커질 때가 많습니다.


'왜 자꾸 이런 일이 반복되지?'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이 쌓이면, 아이의 행동보다 내 감정의 한계를 먼저 마주하게 되죠. 사실 아이는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세상을 배우고, 부모의 반응을 탐색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나에겐 감정의 누적이 되어 결국에는 같은 말만 되풀이하다 내가 먼저 지치는 상황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내가 미워지기 전에, 그 안에 숨겨진 감정의 무게를 들여다보는 일이 먼저일지도 모릅니다.


2. 소리친 순간, 가장 상처받는 건 나 자신

목소리가 올라간 그 순간, 내 안의 무언가도 함께 무너지는 기분이 듭니다. 분명히 아이를 향해 내뱉은 말인데, 그 말끝이 마음속에 오래 남아 나를 아프게 하죠.


아이는 순간 놀라서 멈칫하고, 나는 그 표정을 본 뒤에야 정신이 듭니다.

"이렇게 말하려던 게 아닌데."
"다른 방식이 있었을 텐데."

그런 후회가 밀려오지만, 이미 말은 돌아올 수 없습니다.소리치는 순간은 감정을 넘긴 결과일 뿐 내가 나빠서, 참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사실 가장 먼저 상처받는 쪽은 그 상황을 누구보다 싫어했던 나 자신일 때가 많습니다.


그 후엔 죄책감이 따라오고,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벌주듯 입을 닫고, 아이가 다가와도 쉽게 눈을 마주치지 못하게 되곤 합니다.하지만 감정이 터졌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이후에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다루느냐입니다. 책망보다 필요한 건, 지쳤던 그때의 나를 먼저 안아주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3. 말이 아닌 감정이 먼저 전달되는 순간들

"화낸 건 아니야. 그냥 좀 단호하게 말한 거야."

그렇게 말해보지만, 이미 아이의 표정은 굳어 있고, 나의 감정은 목소리 너머로 충분히 전달된 뒤입니다. 아이는 어른보다 단어를 적게 알지만, 감정에는 훨씬 민감합니다. 목소리의 높낮이, 말할 때 눈빛, 그 순간 몸에서 풍기는 긴장감까지 말보다 훨씬 많은 걸 감지하고 해석하죠.


그래서 "하지 마"라는 말보다 그 말을 하는 내 감정의 결이 더 강하게 아이에게 다가갑니다. 말은 이해하지 못해도, 그 말이 가진 감정의 온도는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감정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아이들은 부모의 감정 결을 더욱 민감하게 흡수한다고 합니다.


가끔은 설명보다 숨 고르기가 먼저일 때가 있습니다. 그저 몇 초를 멈추고, 말투를 조금 낮추고, 감정이 아닌 상황만 전하려는 연습. 그 작은 시도 하나가 아이가 반응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시작이 됩니다.


4. 감정을 참는 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

처음에는 감정을 참는 게 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화를 내지 말자, 목소리를 높이지 말자, 조용히 말하자. 그렇게 수없이 마음을 다잡았죠.


하지만 어느 날, 참는 게 쌓이면 결국 어디선가 터지고 만다는 걸 몸으로 알게 됩니다. 그건 감정 조절이 아니라, 감정 억눌림이었습니다. 참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내 감정의 흐름을 알아차리는 일입니다. 지금 내가 왜 불편한지, 어디서부터 서운했는지, 무엇이 이 반복을 힘들게 만드는지 조금 더 자주 묻고 들여다봐야 합니다.


감정은 억제하는 게 아니라 이해하고 다뤄야 하는 것이니까요. 소리 내지 않아도, 그 감정을 알아주는 순간 몸의 반응도, 말의 방향도 달라집니다. 내가 나의 감정을 무시하지 않아야 아이가 내 말에서 위협이 아닌 신호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5. 소리를 내지 않고도 전할 수 있는 것들

감정이 격해질 때마다 목소리도 커집니다. 하지만 꼭 소리를 내야만 아이가 이해하는 걸까요? 오히려 아이는, 내가 어떤 마음으로 다가가는지를 더 먼저 느낍니다.


짧은 눈맞춤,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행동, 부드럽게 손을 잡아주는 동작. 이런 작은 몸짓 하나에도 아이의 마음은 반응합니다. 말보다 먼저 전해지는 건 내 몸에 담긴 분위기입니다. 조용히 옆에 앉아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지금은 안심해도 되는 시간이라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엔 이런 여유조차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땐 스스로를 먼저 다독여주세요.

"지금은 큰 소리보다 가까운 마음이 필요해."

이 한마디를 마음속에서 먼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다음 행동은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이와 나 사이에는 항상 말이 필요하진 않습니다. 가끔은 조용한 눈빛 하나로 모든 것을 이해시킬 수 있는 순간도 존재하니까요.


6. 무너졌던 날에도, 다시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

그날은 내가 먼저 무너졌습니다. 목소리는 높아졌고, 아이는 울었고, 방 안은 잠시 조용해졌지만 마음은 더 어지러웠습니다. 잠든 아이를 보며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중얼거리던 그 밤, '오늘 하루는 실패한 것 같아' 하는 마음이 오래 남았습니다.


하지만 그 감정이 전부는 아닙니다. 하루가 무너졌다고, 관계까지 무너지는 건 아닙니다. 소리친 순간이 있었다 해도, 다시 다정한 눈빛으로 마주볼 수 있다면 우리는 다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아이는 생각보다 너그럽고, 부모는 생각보다 회복력이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날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는 것. 스스로를 탓하기보다 "그럴 수도 있었지" 하고 한 걸음 물러나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일입니다.


소리를 내지 않고도,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식은 여전히 우리 안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다시 꺼내는 날이, 아이와 나, 모두에게 새로운 하루의 시작이 되어줄 거예요.


감정이 무너졌던 자리에서도, 다시 마음을 건넬 수 있어요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던 그 순간, 우리는 부모이기 이전에 감정을 가진 한 사람이 됩니다. 완벽하지 않은 하루를 살아낸 사람, 견디고, 애쓰고, 후회하고, 그래도 다시 마음을 내보려는 사람.


감정이 터졌다고 해서 사랑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넘치는 감정도 사랑이 흘러가는 또 하나의 방식이니까요. 소리를 낸 날이 있었다면, 오늘은 그 마음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감정은 흘러가고, 마음은 다시 닿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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