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셀프 인테리어 2]

by 우영이

낮 기온이 높아지면서 방안보다는 마당이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마루 문을 열고 내려서는데 발 디딜 곳이 마땅찮다. 마루에서 마당으로 나가려면 높낮이가 있어 다듬이처럼 응당 발판이 필요한데 임시방편으로 경계석에 쓰이는 시멘트 마감재를 구해 내려두었다. 모양도 그렇지만 폭이 좁아 늘 불안하다.


오늘은 그동안 미루어 둔 데크 설치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근처 목재상에서 바닥재와 상판을 구매하였다. 승용차로는 엄두가 나지 않아 판매처에 부탁을 하여 작은 트럭으로 배송이 이루어진다. 필요한 소모품은 손가락 두 마디보다 긴 목재용 나사못과 전동 드라이버다. 크기에 맞춰 조각을 내는 전기톱이 있으면 넉넉하다. 아내의 재촉에 아침부터 몸 쓰는 일에 뛰어들었다. 길이와 넓이에 따라 줄 자를 몇 번 반복하여 나무를 자른다.


마루 앞 섬돌 바닥은 시멘트로 채워져 있다. 장목은 세로로 세우고 중간재는 간격을 최소화하여 상판 고정만 하면 데크 설치가 끝난다. 그런데 아내의 참견이 시작된다. 데크의 끝 선을 한쪽으로 몰아야 보기 좋단다. 내 생각과 다르다. 나무 조각 하나를 계산 착오로 잘못 자르는 바람에 몇 개를 이어야 하는 결과를 만들었기에 이번에는 순순히 응했다. 떠도는 영상 어디에도 이런 모습은 없다. 길이는 지그재그 모양으로 끝이 맞추어져 있다.


상판이 모두 채워졌다. 작업이 마무리되는 줄 알았더니 이틀 후 짝수 상판 나사못을 빼내는 일이 행해졌다. 군데군데 나사못 구멍이 눈엣가시처럼 남아있다. 토막 상판은 모양새에 맞추어 어긋나게 나사못을 고정하였다. 두 번째 셀프 인테리어로 뛰어든 데크 만들기가 수정된다. 가볍게 여기고 시작하였는데 찬 기운에 맞물려 허리가 굽어진다. 통증이 오래도록 머물러 있다. 나사 구멍 메우는 일은 다음으로 미룬다.


빗자루로 데크 위 작은 이물질을 하나하나 제거한다.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오일 스테인이 역할을 할 때다. 여러 색상 중에서 그네에 칠하고 남은 밤색이다. 더 밝은 색감으로 단장하고 싶었으나 재고 처리도 한몫이다.


오일 스텐인이 골고루 섞이게 저어준다. 붓에 용액을 묻히고 나뭇결 따라 반복하여 붓 질이 이어진다. 남은 재료가 넉넉하지 않아 오일 통 바닥까지 훑어낸다. 모자라지도 남지도 않는 어쩜 이렇게 맞춤일까. 마루에서 마당으로 오르내리는 데 여유가 생긴다. 칠한 나무 바닥이 마르면 무릎이 편해질 것이다.


이틀에 걸친 데크 설치 작업은 막바지다. 재료 준비부터 칠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전동 드라이버는 탈이 생겨 더 이상의 기능을 못한다. 손으로 행하던 일이 기계의 도움으로 힘을 덜었지만 손바닥에는 물집이 잡혔다. 비용도 줄이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해보려다 몸은 허리를 곧게 펴지 못할 만큼 만신창이가 된듯하다.


세상 일은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쉬운 것이 어디 있으랴. 분야마다 전문가가 따로 있는 이유가 있다. 반복되는 시행착오를 거쳐 최상의 작품을 이끌어 낸다. 삶에는 연습이 없다. 태어나 성장하고 일상에서 자신의 역할을 마친다. 퇴직이라는 과정을 거쳐 다양한 경험을 하였다. 지나온 시간을 새롭게 고쳐 살아갈 수 있는 것이 못된다. 쌓아온 지식을 바탕으로 지혜를 곳곳에 녹여낼 뿐이다.


경륜은 다름을 보여준다. 신세대의 지식과 구세대의 지혜가 어울려 조화를 가져온다. 편안함이 우선이요 멋은 나중이다. 수년째 시골살이를 하면서 주택 관리에 애증이 동시에 드러난다. 구옥 손보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다음 손길이 필요한 곳이 어디가 될지 알게 모르게 두려움이 내려앉는다.

keyword
이전 06화[능력과 역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