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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by 우영이

흐린 날씨에도 집을 나서는 옷차림은 한층 가벼워졌다. 주말과 달리 한산한 도심 도로는 차량 흐름을 시원스럽게 이끌었다.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은 삼십여 분 예상치를 벗어나지 않았다. 도시 철도역을 끼고 있는 건물은 주차장 입구부터 널찍한 길이 편안함을 준다.

사무실에 들어선 순간까지도 특별한 느낌이 없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식장을 둘러보는데 사전 계약한 홀과 나머지 홀에 조명과 함께 발을 들여놓는다. 벽면이 흰색과 검은색이 대조를 이루고, 좌석 수는 같지만 가로 폭이 서로 다를 뿐 같은 조건이다. 조명과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신랑·신부가 걸어가는 복도에 들어섰다. 천정에는 길게 드리워진 수많은 조명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검은색 바닥은 길게 펼쳐진 거리만큼이나 무게감을 자아낸다. 아치형으로 만들어진 꽃장식은 호사한 분위기를 이끈다.

문 입구에 탁 트인 대기실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이 기다리는 공간인 만큼 모두를 안아줄 수 있기에 넉넉할 듯하다. 딸이 남자 친구와 결혼 박람회를 며칠째 다니면서 둘의 시간에 맞춰 가장 합당한 곳으로 선택한 장소다. 식장이 도시 철도역과 지하 통로가 연결되고 시외는 전용도로로 접속된다. 입지상으로는 기차역까지 걸리는 시간도 이십여 분이면 찾아갈 수 있다. 다만, 건물의 지하 주차 공간이 문제일 따름이다. 근처 대형 매장과 학교 운동장이 보조 주차장으로 역할을 한단다.

직원이 내민 계약서에 딸이 서명하는 것을 지켜본다. 예식장과 식당 인원수까지 확인하였다. 부부는 들러리로 물음에 조언할 뿐이다. 최종 결정은 둘의 생각을 따른다. 몇 달 후에는 삼십여 년 함께 한 지금까지의 가족을 떠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되리라. 자녀가 성장하여 일정한 시간이 되면 부모의 곁에서 배우자를 당연히 따라나선다. 이것이 부모의 역할을 다하는 일이리라. 이성의 짝을 찾아 서로 다른 문화로 채워진 자신을 내려놓고 하나로 맞추어 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리라.

식장 중앙 단상에서 바라보는 입구는 기다란 꽃길이다. 딸이 한마디 던진다. '둘러본 느낌이 어떠하냐'라고. 다가온 기분은 드디어 둘째가 어른이 되려나 보다. 아직 실감이 되지 않는다. 솔직히 와닿는 것이 없다. 화보도 찍고 상견례가 행해지면 아! 이제는 정말 우리 곁을 떠난다고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여태껏 마음에 맞는 짝을 만나지 못한 것 같아 조바심이 컸다. 괜한 걱정이 앞서 이제나저제나 기다려 왔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 꿰지 못한다'라고 했던가. 지난날의 조급함이 부끄러워진다.

자연의 순리대로 하나하나 기다린다. 남은 시간은 서로에게 사랑이 더해가는 나날이 되었으면 한다. 부모의 마음은 너그럽지 못하다. 자식이 나이만 먹었을 뿐 성인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집에만 들어오면 ‘애기 안아줘’로 어리광을 늘린다. 이제는 둘에게 맡긴다. 결혼식이라는 과정을 준비하면서 성숙해지고 서로의 의견을 맞추어 가는 시간이 되기를 응원한다.

나의 아버지 어머니가 그러했듯이 자식에게 어른의 두 번째 역할을 꾸려 나간다. 자식을 낳고 양육하면서 크고 작은 일을 겪고 자신의 길을 찾으러 나서기까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서로 제각기 특성이 있다. 첫째와 둘째가 남자와 여자라는 성별 외에 성격과 욕망까지 비교가 되었다. 하나둘 독립된 개체로 직업을 선택하고 가정을 꾸려가는 모습조차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부모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계층과 관계없이 한 곳에 닿아 있다.

서로 존중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는 사랑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다른 환경과 문화적인 차이는 하루아침에 극복할 일이 못 된다. 두 집안이 새롭게 맺어져 하나로 연결되는 끈을 만들었다. 자식의 말과 행동으로 부모를 평가하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먼 과거에 귀 막고 눈 감고 입 닿는 생활이 미덕이었지만 지혜롭게 관계를 만든다면 둘만의 정에 더해 사랑이 깊어질 것이다. 지금의 세대는 자신의 감정을 가감 없이 표현한다. 솔직함은 호흡을 가다듬고 생각의 폭을 넓혀 차분하게 조화로운 나날을 기대한다.

오늘도 둘만의 대화가 지속되고 있다. 한 번 전화가 연결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알콩달콩 코맹맹이 소리가 문밖으로 새어 나온다. 동갑내기 둘의 사랑이 깊어져 가는 웃음이리라. 내일은 1박 2일 장거리 여행을 떠난단다. 예쁜 사랑을 쟁여본다. 공식적인 자리가 마련되기까지 마음으로 안아준다. 하루라도 빨리 만나 보고픈 성급함이 앞선다. ‘관리부터 하세요’라는 말에 내가 어때서라는 이야기로 맞선다. 때가 되면 집으로 올 거예요.

딸의 짝이 되어 미래를 함께할 다짐을 해 주어 고맙구려. 부모의 짐 하나를 덜어주었구나. 너희의 미래를 응원하마. 천생연분이 따로 있으려나. 생년월일이 같으니 무얼 따져 보겠니. 다른 이에게 물어볼 일도 없다. 너희가 원하는 날을 잡는 것이 좋은 날이다. 웃음으로 가득 찬 현관문이 열리는 그날까지 잘 지내렴. '어서 오게나. 우리 사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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