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오후 희뿌연 하늘은 가늠이 안된다. 시골에서 혼자 농사를 짓고 있는 사촌 형수의 목소리에 감전이라도 된 듯 정신이 번쩍 든다. 직장 생활을 하는 내가 아무리 끼니 해결에 어려움이 있다 해도 손을 벌리겠는가.
이건 분명 정상적인 일이 아니다. 사실 확인을 마치자마자 아내와 함께 관할 경찰서로 달려갔다. 민원실의 도움을 받아 사건 접수를 하는데 담당 형사의 대답이 기분을 언짢게 하였다. 소용없다는 말로 머리에 열을 가득하게 만든다. 경찰에게 하소연만 늘어놓고 돌아설 수밖에 없다.
내 정보가 어떻게 흘러들어 갔을까. 나를 믿고 뭉칫돈을 보낸 형수의 처신에 나의 입장이 곤란하다. 송금한 돈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있는가. 본의 아니게 피해를 당한 금액 처리에 머리가 하얘진다. 이체한 금액을 몽땅 마련해 줄 수는 없고 반이라도 챙겨주어야 하나 마음이 복잡해진다.
형수가 보낸 액수 메워야 하는 걱정에 밥맛이 없다. 잠도 깊게 자지 못한다. 해가 저물어 갈 무렵 형수의 전화다. 보낸 돈이 통장으로 입금이 되었단다. 이게 무슨 일인가.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금품을 빼돌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돈을 돌려주었지. 과정은 버려두고 결과가 손해가 나지 않았으니 다행스럽지 않은가. 송금으로 손해 본 큰돈 마련에 머리를 싸매지 않아 걱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세상을 살면서 황당한 경험이 더러 있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살아가는 노력을 한다. 모든 일이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의욕만 앞서고 실현 가능성이 낮았다. 의도치 못한 전혀 엉뚱한 사건에 휘말려 일상이 흐트러졌다. 누구에게 원망의 화살이 향할지.
뉴스에서나 접하는 금품을 빼가는 범죄가 내 주변에서 일어나다니. 실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스마트폰이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손아귀에 잡히는 기계가 많은 것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악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도구 하나가 선과 악의 경계에서 전자만 가까이하련다.
사람 믿은 당사자를 원망할 수가 없다. 나의 소중한 자산이 당신의 믿음으로 비롯되었음을 감사하게 여긴다. 오늘 하루도 관계형성에 연락처 정리를 한다. 네트워크에 몇 개월 주고받음이 없는 번호는 삭제 버튼을 눌렀다. 소식이 뜸한 이들에게 안부 문자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