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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영이 Nov 19. 2024

[또 다른 동거]

   지금껏 살고 있는 지역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본 적이 있는가? 도시를 벗어나 전원생활을 누리고 싶어 자그마한 시골집을 구입하였다.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한 시간 정도면 오갈 수 있는 거리다. 담장 너머 논밭에는 마늘이 재배되는가 싶더니 어느새 옥수수가 수확된다. 안 채 마루에 걸터앉아 고개를 들어보면 고층 아파트가 가까이 보인다.

    이 마을에 발을 들인 지 일 년이 지났다. 가구 수는 백 여 집이 넘는다. 낯선 곳이라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섰다. 몇 가지 세간살이를 들여놓고서 입주 인사를 하였다. 마을 이장 집과 노인정을 찾아 떡을 돌리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대문 앞 골목길을 지나는 마을 어른에게는 누구든 인사를 올리며 동네 일원으로 녹아들 수 있는 마음 자세로 임했다.

    옆 집과 뒷 집에는 통성명을 하면서 작은 일에도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 덕분인지 계절에 따라 심어야 하는 씨앗을 얻거나 모종을 받을 때도 있다. 시골의 인심과 나눔을 스스럼없이 함께하는 이웃의 고마움을 접한다.

    그동안 주인 없이 텅 비어있던 닭장을 채우기 위해 오일장을 찾아갔다. 여느 장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농산물이 발길을 잡는다. 평소 생각해 온 장터의 풍경과 달리 조용하다. 눈에 띄는 것은 유달리 동남아 국가의 외국인들이 많다. 결혼 생활이나 일터를 찾아 농촌 지역에 자리 잡은 이들 일 것이다. 시장 사거리를 지나 한적한 골목에 다다랐다. 닭, 거위, 오리를 팔고 있다. 먼저 청계 다섯 마리를 샀다. 부화한 지 두 어 달 지난 녀석들이다. 닭 판매상과 흥정을 마치고 종이 상자에 담아 집으로 왔다. 닭장에 넣으면서 잘 적응하며 무사하게 커가기를 기원해 본다.

    어느 날  청소를 하는데 한 마리가 원인 모르게 쓰러져 있다. 다섯 마리의 청계가 네 마리로 줄었다. 한 달이 지날 즈음 닭장 문을 열고 모이를 주는데 한 마리가 쓰러져 있다. 넓은 공간이 휑하여 다음 날 오일장을 찾았다. 토종닭은 암 병아리가 없어 일반 닭 세 마리를 추가로 샀다. 알에서 나온 지 두 달 정도 된 녀석들이다. 집으로 가져와 닭장에 들여놓는데 덩치는 기존 청계보다 약간 더 크다.

    닭 모이와 물을 넣어 주고 돌아서는데 청계 네 마리 중 몸집이 조금 큰 녀석이 새로 사 온 닭을 달려들어 쪼아댄다. 놀란 닭들이 한쪽 구석으로 내몰린다. 청계 네 마리랑 일반 닭 세 마리가 서로 떼 지어 있다. 끼리끼리 몰려다닌다. 검은색과 붉은색의 청계와 검붉은 색깔을 지닌 일반 닭이 무리를 이루어 닭장의 영역을 나누어 자리를 잡는다. 이따금 먼저 들여온 청계 녀석이 또 부리로 일반 닭을 쫀다. 텃세를 부리는 모양이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 적응을 하면서 서열이 정해지리라.

    사람 사는 곳도 동물의 생태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 뉴스에 오르내리던 장면이 떠오른다. 실제 겪은 일을 듣기도 하였다. 낯선 곳에 귀농과 귀촌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생기는 문제다. 그렇지 않은 동네도 있겠지만 귀촌 귀농 시 그 마을에 기여금이나 찬조라는 이름으로 금품을 요구받기도 한단다. 대부분의 군 지역이 줄어드는 인구 문제로 존립이 심각하단다. 비단 군 지역의 현상만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행위가 찾아오는 유입 인구를 쫓는 행태가 아닌가?


   이런 곳과 달리 환영하고 도움을 주는 동네도 있단다.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고 그들이 가진 재능을 공유할 수 있다면 이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가. 텃세라는 오명을 벗어보자.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온 그들에게 정을 베풀면 어떨까. 편안한 마음으로 그곳에 녹아들고 정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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