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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가 SOGA Jun 05. 2024

[집] 그래. 집부터 바꾸자.

매 순간 만족감을 주는 공간에서 살고 싶어요.

좋아하는 것들로 채운 공간에서 일상을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

저는 한 순간 도파민이 솟구치는 극적인 환희보다는 작더라도 일상에서의 지속적인 만족감이 진정한 행복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시각적 자극에 무척 예민한 편이어서 어린 시절부터 주변에 보이는 것들로부터 감정이 영향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그렇기에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장소가 가지는 의미가 큽니다. 영감이 샘솟는 사무실, 누워만 있어도 기분 좋은 아늑한 침실, 요리를 하고 싶게 만드는 주방, 왠지 커피 한잔도 더 깊은 맛이 느껴질 것 같은 거실... 주위를 다 내가 좋아하는 색과 물건들로 채우면 모든 순간순간이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무렵 저의 집과 사무실은 저의 이런 소망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한 지붕 아래 여러 세대가 살고 있는 다가구 주택의 방 2개짜리 집에서 월세로 살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집 바로 앞 건물에 작은 사무실을 임대해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공간의 크기는 개의치 않는 성격이라 불만이 없었습니다만 전혀 조화롭지 않은 가구와 소품들, 습기가 차오르는 장판, 촌스러운 벽지 등 집안 곳곳 전달되는 느낌이 보잘것없는 저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함이 들곤 했습니다. 더욱이 점점 커가는 아이들이 이곳에서 평생 간직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만들어 간다고 하니 더 마음이 무거웠어요. 하지만 저의 소유도 아니고 얼마나 오래 이곳에서 머무를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 비용을 들여 원하는 공간으로 바꿔볼 마음은 들지 않았습니다.


현재의 낮은 주거만족도가 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니 가능한 모든 자원과 능력을 동원해 어서 빨리 내가 살고 싶은 집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좋은 공간이라는 토대 위에 다른 행복들도 차곡차곡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라 믿었으니까요. 그렇게 저의 집에 대한 갈급함은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월세를 낼 바에는 이자를 내자!

그 시절 결혼 전 장만했던 오피스텔이 하나 있어 임대수익이 조금 있었습니다. 이 오피스텔에서 임대료를 받아 살고 있는 집과 사무실 월세를 내는데 보태 부담을 줄일 계획이었는데, 바람직하지 않은 임차인들을 연달아 만나 오랜 기간 임대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매월 소득에서 상당한 부분이 임대료로 나가고 있는 상황이었지요. 그래서 어차피 이렇게 임대료를 부담해야 한다면 차라리 대출을 받아 주거와 업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집을 마련하고 이자를 내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니 집 장만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보유하고 있던 오피스텔에 대해 여담으로 말씀드리면, 결혼 전 직장을 다닐 때 부모님께서 무척 강하게 압박하셔서 거의 떠밀리다시피 매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때가 되면 결혼도 해야 하는데 아파트는 못 사도 지금 세 들어 살고 있는 오피스텔이라도 네 명의로 가지고 있어야 나중에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이 된단다."

저는 너무도 내키지 않았어요.
당시 매입가가 1억 원대 초중반 정도였는데 모아 온 제 돈 전부에 은행에서 1억 원 가까이 대출받아야 했거든요. 그때만 해도 저는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고 있어 언제 그만두고 싶을지 모르는 직장을 믿고 이렇게 큰 대출을 받는 것이 크게 부담스러웠습니다. 인생에 족쇄가 채워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완강하신 부모님을 거역할 수 없어 얼굴을 가득 찡그리며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탐탁지 않았던 오피스텔이 이후 큰 도움을 주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신혼부터 둘째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저희 가족의 보금자리가 되어주었고 집을 마련할 때도 밑천으로 큰 역할을 해주었으니까요.

역시 어른들 말씀은 잘 새겨 들어야 하는가 봅니다. 



집은 바꾸기로 했는데, 뭐부터 해야 하나...

살고 있는 집을 바꾸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부터 자산가치로서의 부동산보다는 나와 우리 가족생활에 최적화된 공간의 가치가 우선이었습니다. 따라서 빌라나 아파트같이 정형화된 공동주택은 처음부터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어요. 또한 생활과 업무 모두 해결해야 하니 단독주택이나 상가주택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었습니다.


'땅 값 비싼 서울에서도 찐 부자들만 사는 단독주택이라니... 상가주택이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건물주 아냐? 이거 가능하기나 한 거야? 열심히 노력해도 몇십 년은 걸릴 것 같은데... 그렇게 까지 오래 기다리면 의미가 없는데...'


부동산 사이트를 조회해 보니 역시나 대출을 받더라도 절대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이더군요. 제 꿈은 생각보다 훨씬 멀리 있었던 거죠.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 지어진 소형 주택에 대한 매거진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전혀 새롭지 않은 건축형태이지만 도심지의 비싼 땅값으로 인해 작은 대지에 여러 층으로 지은 집들이 마침 우리나라에서도 소개되어 시도하시는 분들이 하나 둘 늘어가던 시기였어요.


* 참고를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아 그렇구나! 사이즈를 줄이면 되겠네'


제가 원하는 건 나의 일상과 취향이 반영된 공간이지 건물의 크기가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필요한 대지나 건축비용이 현저히 줄어드니 자금 마련까지 걸리는 시간을 압도적으로 단축할 수 있어 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지였습니다. 집크기가 작아진다고 제 꿈까지 작아지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게 작은집으로 마음을 정하니 조금 더 해야 할 일들이 명확해졌습니다.


그렇게 서울에서 우리 집의 터가 될 '작은 땅' 찾기가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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